막걸리, 그리고 ‘카스바의 여인’

요즘은막걸리가상한가다.어딜가나막걸리다.

이제는공공연히고급스런와인과우월적인비교대상에꼽히기도한다.

왜갑자기막걸리가뜨고있는지좀뜨악하기도하다.

막걸리는술을마시면서부터언제나주변에있어왔고,

또더러많이마셔왔던술이다.

그런데어느날갑자기하늘에서떨어진것처럼

호들갑을받는게좀어색하다.

그래서왜그런가고근자에새삼스럽게막걸리를음미하며마신다.

딱히달라진맛도아니다.전에먹던그맛이다.

달라진게있다면술집분위기다.이상,저상마다에막걸리다.

막걸리를안마시면뭔가왕따를당할것같은분위기다.

그분위기가막걸리술맛에더해진다.

그래서일까,좀시원하고찰싹한맛이생겨나는것같기도하고.

그날도우리,막걸리많이들마셨다.

주전자에두병씩을채운막걸리를서너주전자까지는세봤지만,

그후로얼마나더마셨는지모르겠다.

아마도솔찮게마셨을것이다.

잔을맞춰건배로도수차례하지않았던가.

막걸리집을나와산보를하고생맥주를마셨지만,

생맥주는안마신것으로봐도좋겠다.

막걸리에유난히부대끼는내속에

생맥주가들어앉을자리는없었을것이기때문이다.

취기가발동해노래방까지갔다.

모두함께는못가고세명이집으로가는도중에방향을바꾼것이다.

또맥주가나왔다.그러나그맥주도막걸리가됐을것이다.

막걸리는그때까지도속안팍에서취기를쏟아내고있었다.

노래를불렀다.예전의그노래들을.

그러나막걸리가노래의방향을바꾼다.

니는맨날그노래만불러될일인가.

좋아는하지만,고음에자신이없어잘안부르는노래가있다.

‘카스바의여인’과’남자라는이유로.’

‘카스바의여인’을불렀다.

어라,이게왠일인가.술술넘어간다.

고음부분에서악다구니를안쳐대도잘넘어간다.노래에신이오른다.

내가생각해도이상하다싶었다.친구들도잘부른다고한다.

또불렀다.’남자라는이유로.’

어라,그노래도잘넘어간다.고음부분에서도별막힘이없다.

두어곡을부른후에정신이반짝한다.

내가좀이상하다.높은소리가어째이리트였을까.

심야버스를타고집으로오는길.

속이영시원찮다.당산동정거장에서사먹은하드가탈이난것일까.

집앞정류장에서그여코사단이났다.오바이트.

막걸리가줄줄나온다.입으로도코로도.

지금다시흥얼거려본다.자신이없다.

그날밤막걸리마시고불러본’카스바의여인’을

다시그렇게부를수는없을것같다.

‘남자라는이유로’도마찬가지일것이고.

막걸리먹고쌩쌩불렀던그노래들.

막걸리가내속을빠져나오면서다시달아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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