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미역 지리’로 소주 한잔

비오는날,

오늘도종로3가그집이다.

점심시간을좀넘겼는데도,자리가꽉찼다.

그러나그틈새로우리자리는있다.

자리에앉으면서외치는소리.

"미역지리,그리고소주한병!"

촘촘히들앉은자리마다노란냄비들이다.

그속에서팔팔끓고있는것,

그게바로’미역지리’다.

얼마전까지만해도그집에선매운탕만먹었다.

서더리매운탕,아니면그보다좀비싼삼식이매운탕.

그런데,어느날같이동행한선배분이색다른것을시킨다.

그게이름하여’미역지리’다.

미역에다지리라니까,

미역을넣고맑게끓인탕이려니하는선입감은퍼뜩왔다.

크게틀리지는않았다.

좀이색적이었던것은미역과함께서대생선,

그리고대구고니가알맞게들어있다는것.

좀쉽게얘기하면,집에서먹는미역국에생선과내장을넣은격이다.

프로판가스불위에서그게펄펄끓어가는동안,국물을맛봤다.

달다.신기할정도로달다.

여기서말하는’달다’는영어의스윗(sweet)하고는다른개념이다.

입에착달라붙는달자지끈함이다.테이슷풀(tasteful)이다.

미역은색깔부터가다르다.

연초록빛이다.부드럽기짝이없다.미역도달다.집에서먹는것과는다르다.

생선은다시말하지만알맞은양이다.없는듯하면서도있는듯한정도다.

이게또한입에서살살녹는다.

처음이걸대한후,그집엘가면노상그걸먹었다.질리지도않는다.

‘미역지리’가익어가는동안,

밑반찬으로나오는파김치,밴댕이젖깔,호박버섯무침등으로식욕을돋운다.

여기에소주한잔을곁들이면더좋다.

소주가지나쳐도걱정할필요가없다.

‘미역지리’가훌륭한술국이기때문이다.

가끔씩다찌그러진표정으로혼자노란냄비에얼굴을담그고있는사람들을본다.

전날저녁마신술로작살이난속을푸는모습들이다.

먹을때마다항상그생각이다.언젠가나도술병이나면꼭와서이것을먹으리라.

그러나아직까지그런적은없다.

술과함께그것을먹었기때문이다.

오늘은조그만시비거리가있었다.

국물맛때문이다.

국물맛이이리도맛있는이유가무엇인가.

묻는태도가좀건방져보였던것같다.

일하는아줌마도좀건방지게말한다.

주방에가보쓔.거기서어떻게하고있는지보면될랑가.

아줌마애기인즉슨,국물에아무것도넣지않느나고한다.

그냥맹물에참기름,마늘정도를약간넣는다는것이다.

그런데도왜이렇게도달고맛있는가.

그아줌마왈,

주방에가보쓔,거기서어떻게하는지보면될것아니요.

싱싱한미역과생선을쓰면그런맛이우러난다는것을,

그아줌마는그런식으로말하고있었다.

오늘도배부르게먹었다.

이주체할수없는식탐을어찌할것인가.

주인아줌마는부산사람이다.

생선에대해서는조목조목모르는게없는부산사람이라는것이다.

그앞에서마산사람이라고했더니,그저그러려니하는표정이다.

마산사람으로서말한다.너무맛있다.

주인아줌마는그래도별무반응이다.슬며시눈길을돌린다.

카운터옆이주방이다.눈에딱들어오는것,냉장고에담긴파김치다.

먹으면먹을수록입에감쳐지는달콤하고도새콤한파김치다.

푸짐한양이다.그리고오목조목하게백인양념들의정갈한색감.

그속에서싱싱함이우러난다.그냥손으로집어먹고싶다.

주인아줌마는마산사림이고뭐고없었다.

오로지그파김치에만신경을쓰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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