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포금정사터다.
탕춘대를거슬러쉬엄쉬엄걸어올랐다.
땀방울이쏟는다.
날은완연한여름날씨다.
시원한물한모금들이켰을까,
친구가봉투에곱게싼무언가를배낭에서꺼내놓는다.
이거,집에갖고가서묵어라.
봉투안에는다시비닐로동여맨반찬통하나.
그속에는놀라운게있었다.
가죽,
가죽나무잎으로담근김치다.
우리경상도지방에서는가죽나물김치라고도한다.
어릴적어쩌다한번씩먹어보던귀한음식이다.
식물이면서씹으면고기같은육질을느낄수있는김치다.
좀뜬금없다싶었다.
그런음식을밝힐친구도아니고,
더구나그걸집에서곱게싸짊어지고와서는
나더러먹어라고줄만한무슨사단이있는것도아니고.
웬가죽나물김치?
친구말인즉슨,
고향함안의어떤아는분의혼사에주례를섰는데,
감사의표시로보내왔다는것이다.
그러니함안의가죽나물김치인셈이다.
그런데,왜이귀한걸나에게주는것인가?
아,근원이엄마가니좀갖다주라고하더라.
더이상묻지말자.제수씨가갖다주라는것인데,
감사하고맛있게먹으면된다.
그러나좀그랬다.뜬금없다.뜬금없다.
비봉능선엔뙤약볕이다.
화창한날씨,더위가몽근몽근쏟아오르는게보인다.
산아래로부터무슨연기같은것도피워오르고.
맞다.오늘이초파일이지.산아래,절에서뭘태우는모양이지.
앞서거니뒷서거니한다.
친구는내일아들첫면회를간다.
산을오르면서그얘기를했고,
다른얘기를하다가또문득그얘기를이어간다.
보영씨,내일많이울겠다.잘울어야할낀데.
친구는씩웃는다.울기는?얘도아니고.
그럴까,내일한번봐라.니골치깨나아풀끼다.
사모바위를지난다.
적당한장소에서요기를하기로했는데,
그쪽은완전뙤약볕밭이다.앉을자리가없다.
문수봉쪽으로가면서자리를잡자.
친구는산욕심이과하다.계속가면문수봉을넘어대남문까지갈것같다.
엄살을좀부렸다.힘들다.고마아무데서든자리를잡자.
암벽아래,야트막한바위쪽에자리를잡았다.
친구가김밥과주스등을꺼낸다.그리고가죽나물김치.
나에게준것과는별도로김밥과먹기위해싸온것이다.
맛있다.짭조록하니옛맛그대로다.
알싸하고부드러운육질,입이개운해진다.
경상도말로칼클스런맛이다.
친구가전화를만지작거린다.전화를하려는모양이다.
아,여기사모바위지나문수봉가는중간지점에앉았다.좀있다내려갈끼다.
제수씨에게하는전화다.바꿔달라고했다.
연습많이했습니꺼?
인사는하는둥마는둥,뜬금없는질문.
연습이라니요?
아,그거우는연습말이지요.내일큰아이면회가면아무래도…
아이고,그게뭐…그리고제수씨특유의명랑한웃음.
더이상얘기하면안될것같다.’연습’에지장을줄지도모른다.
가죽김치잘묵겠십니더.이귀한것을싸보내니참고맙습니다.
아그거,양도얼마되지않십디더.그중에서좀많이보낸겁니더.
면회잘갔다오라고했다.울고싶으면많이울라고도했다.
그가죽김치로지금밥을먹고있다.
알싸하고칼클스런맛이식욕을돋운다.
지금쯤친구는제수씨와함께산정호수가있는갈말땅을가고있을것이다.
아들첫면회,잘하고오길바란다.
두어달만에보는아들이라,그회포가오죽할것인가.
검붉게그을러있을아들의씩씩하고대견스런모습,
그러나눈물깨나흘리겠다.안도와고마움의눈물일것이다.
굳이참으려하지말고실컷울어라.마음이환해질때까지울어라.
가죽나물김치맛같은,칼클스런재회가되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