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간 아들 손에 쥐여 준 金井山
시론ㆍ기고
[ESSAY]요르단에간아들손에쥐여준金井山

최영철시인

아들이회사에사표를던졌다.
우유부단한녀석인지라결단이되레대견했다.
요르단에간다했다….
느닷없는이별에서러움보다부모가해준게
없다는부채감만더했다.
떠나는아들에게시인아비가해줄수있는건시한편이었다.

"요르단취업이확정됐어요."

저녁에들어온아들이불쑥던진말이었다.요르단이라는말을듣는순간가슴이철렁내려앉았다.애써무심한척며칠더생각해보라는말만했다.최종면접을보러서울을다녀올때만해도설마거기까지가리라고는생각지못했다.

대학을졸업하며여러곳에지원서를냈고지난해봄이곳부산의한중견기업에용케취직이됐었다.그런아들이입사6개월쯤지나사직서를냈다는말을했을때도이렇게놀라지는않았다."왜일이마음에들지않던?"하고물었다."단순관리업무여서성취감이없고마흔을갓넘긴선배들이명퇴하는걸보고다시시작해야겠다고생각했다"고아들은말했다.

그때는녀석의결단력이대견했다.매사에모질지못해주위로부터’우유부단의맹주(盟主)’라는놀림을받던아들이었다.그래잘했다.길고긴네인생에서몇년의재투자는아무것도아니지.먹고사는게중요하기는하지만그렇다고밥벌이에모든걸거는건인간으로할도리가아니지.나는과감하게사표를던지고나온녀석을술까지사주며격려했다.

그런데하필이면머나먼열사의땅요르단이란말인가."거기는분쟁지역아니니?"나는어떻게든녀석을만류해볼생각에어깃장을놓기도했다.하지만아들의결심은확고했다.요르단에관한정보를이것저것찾아내나에게보여주고텔레비전에방영된요르단기행관련작품을보여주기도했다.가기로한회사가유수한국내대기업이라는점도강조했다.그래도그렇지.

요르단을두고분쟁지역어쩌고했지만그건다아들을품에서떠나보내기싫어서나온핑계였다.군대에가있던기간을빼고는집을나가본적이없고앞으로살림을나더라도몇시간거리에있을것으로믿어의심치않았다.무슨효도를받자는게아니라우리부부의심정적인울타리가되어주었으면하고바랐기때문이다.아들에게그정도바라는게과했단말인가.갈땐가더라도며칠이라도우리때문에주저하거나고민하는내색을보여주었더라면그렇게섭섭하지는않았을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기자burbuck@chosun.com

그래도자식의앞길을가로막는부모가될수는없는노릇이라고마음을고쳐먹어보려했다.자식의장래를부모가쳐둔울타리에가둘수는없는일이라고도생각해봤다.아내와며칠연달아주거니받거니술잔을기울이며서로를위로하고독려했다.부부가함께눈물도흘렸던것같다.온갖경계가허물어진세계화시대가아닌가.대세에역행하는어리석은부모가되지는말자는말은자기최면이었다.소중한것일수록멀리두고바라보는법이라고서로타일렀다.조국을위해서라도녀석을보내주자는거창한대화마저오갔다.우리가만든전자제품을만방(萬邦)에수출한다잖느냐.힘들고거친일은마다하고보기좋은떡만집어드는세상에불편한타지로나가겠다는녀석이오히려대견하지않냐.

간신히마음을고쳐먹고보름가까이떠날아들의살림살이를장만했다.그과정에서느낀게많다.녀석의방은그큰덩치에비해턱없이좁고답답했고,옷가지며생활도구역시쓸만한게없었다.느닷없는이별의서러움이부모가해준것이없다는부채감을더했다.불평한마디없이30년을우리곁에있어준녀석이고맙고도기특했다.눈앞에다가온이별앞에아쉽고서운한마음을표현할길이없었다.보험회사에서약간의돈을빌려손에쥐여주었지만,그것으로는아무래도부족해시한편을썼다.시인이라고,먼길을떠나는아들에게아비로서해줄게이것밖에없었다.시로서는산도사고하늘도마음대로나누어줄수있는것이어서나는부산의진산(鎭山)인금정산(金井山)을녀석의주머니에몰래찔러넣어주었다.

‘언제돌아온다는기약도없이먼서역으로떠나는아들에게뭘쥐여보낼까궁리하다가나는출국장을빠져나가는녀석의가슴주머니에무언가뭉클한것을쥐여보냈다이건아무데서나꺼내보지말고누구에게나쉽게내보이지도말고이런걸가슴에품었다고함부로말하지도말고네가다만잘간직하고있다가모국이그립고고향생각이나고네어미가보고프면,그리고혹여이아비안부도궁금하거든이걸가만히꺼내놓고거기에절도하고입도맞추고자분자분안부도묻고따스하고고요해질때까지눈도맞추라고일렀다서역의바람이드세거든그골짝어딘가에몸을녹이고서역의햇볕이뜨겁거든그그늘에들어흥얼흥얼낮잠이라도한숨자두라고일렀다막막한사막한가운데도통우러러볼고지가없거든이걸저만치꺼내놓고그윽하고넉넉해질때까지바라보기도하라고일렀다그놈의품은원체넓고도깊으니황망한서역이배고파외로워울거든그걸조금떼어나누어줘도괜찮다고일렀다그렇게쓰다듬고어루만지며살다가이곳으로다시돌아올때는무엇보다먼저그것부터잘모시고와야한다고일렀다무엇보다잊지말아야할것은네가바로그것이라고일렀다이아비의어미의그것이라고일렀다'(시’금정산을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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