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5월15일전남진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아름다운풍광이
바라다뵈는세방리낙조전망대에서는
작지만의미있는모임이열렸습니다.
지난해5월,그다지길지않은생을마감하고
아미타불의극락정토로홀연히떠난
이기윤시인의詩碑제막식이열린것입니다.
그곳,진도는마산출신의이시인이
생의마지막을보낸곳입니다.
이곳에서시인은,하늘에서주어진깨끗하고아름다운
삶을정리하는시간을가졌고,나약한한몸의
인간으로하늘,그높은영혼의세계로올랐습니다.
나목/裸木의시
이기윤
나죽으면나무가되리
빗줄기보다먼저떨어지는
비를맞으며
굽은비의등뼈사이로
나뭇잎지는하늘을보리
눈뜨고는헤아릴수없는
세상다감싸안고
홀로스러지는나뭇잎을보리
밟히면밟힐수록넉넉한거름이되고
날리면날릴수록바람보다먼저하늘에닿는
무지개빛사랑하나
겨울밤홀로흔들리는
한그루나무나되리
시비에새겨진시인의영혼의노래입니다.
그노래대로시인은하늘에올라,
넉넉한거름과무지개빛사랑으로
승화된한그루의나무가되었을것입니다.
"이기윤,그는지금극락에있다."
시비표지석에는이런글이새겨져있습니다.
참석자들은그글처럼한그루의나무로
피안의영원을살고있을시인을부러워했습니다.
시비제막식에는그의모교인마산고등학교32회동기친구들과
진도의문인들이참석해시인의노래를함께듣고
함께불렀습니다.
진도명창이민석옹은’사철가’로
시인이영혼을어루만져주었습니다.
"이산저산꽃이피니분명코봄이로구나
봄은찾아왔건만은세상사쓸쓸하구나…"
이봉조(전통일부차관),주대환,두고교친구들이
시인을그리는추모의글을읽었습니다.
추모사
오늘우리는,삼천리금수강산에서도가장아름다운진도에서
한시인을추억하고있습니다.
그시인은낙동강삼각주가운데작은모래섬,중사도에서태어났습니다.
그의아버지는오직자신의힘으로,
자기땅과자기의노동으로아홉남매를길러낸
부지런한농부였습니다.
그시인은어려서어머니를잃었지만,
준수한용모와우수한두뇌로중사도의신동이라불리었습니다.
사춘기에이르러서는마산앞바다에떠있는섬,
돝섬에서이름을딴문학동인회에서시와술을배웠습니다.
오늘은고마운분들의배려로
자신의시를새긴예쁜돌하나를진도에남기게되었습니다.
중사도와돝섬과진도,유난히도섬과인연이많은사람인듯합니다.
사람은누구나성숙이란이름으로세상의때를묻혀가는데,
우리가아는그시인은그걸완강히거부했습니다.
어쩌면육군사관학교문학교수라는직책도
그의그런성정에꼭맞는자리였는지도모르겠습니다.
그시인은제가그를처음만났던40년전의마산시절,
유난히‘순수’라는단어를많이썼던그시간에영원히
머물고싶어했는지도모르겠습니다.그러나그건쉽지않은일이었습니다.
아니이제사비로소그가바라던대로그날로돌아가있을겁니다.
그의영혼은바람이되어자유로이그가머물고싶었던날로돌아가있을겁니다.
40년전겨울,하얗고고운모래가바람에날리는중사도에는
무성한갈대가섬을에워싸고있었습니다.
시집안간누나들은낙동강으로빨래를하러나갔습니다.
하늘이까맣게갈가마귀와청둥오리같은철새들이날았습니다.
우리는그강가에서<목마와숙녀>를읊었습니다.
그날을추억하면흐르는눈물이옷깃을적시고,
인생의덧없음을탄식하게됩니다.
그러나만남은반드시헤어짐으로이어진다는철리를어찌거부하겠습니까?
다만그와더불어함께술과시를배우고,
인생과문학을논하던그시절이그리울뿐입니다.
그와다시만나술한잔같이하고,시한수같이읊조리고싶습니다.
우리친구,이기윤이간절하게보고싶습니다.
5월15일주대환
역시그의고교친구인김영근은弔詩한편을그의영혼에상찬했습니다.
그가사라졌다
–기윤1주기에부쳐
김영근
이제그를무어라부를까
부를일없는데고요가오금을찌르면
뒹구는나뭇잎이라부를까
벤치의휘파람소리라부를까
불현듯노을이덮치면
붉은새발자국이라고
반짝이며흘러가는물비늘이라부를것인가
묶인적없는데묶은자들은
오라끝에서봄볕달랑길어낸다
그속에지워지지않는설레임있어
부를일없지만혹.
짓궂은눈빛이라불러도좋을까
고요했지만천둥*이라불러도될까
*아메리칸인디안의이름들중하나인‘고요한천둥’의변형
시인이살던곳이생각납니다.
양평군강상면세월리.
강물로달을씻는다는마을이었지요.
그곳,그의하얀집에서
만나본게2007년5월이었으니,
딱3년전입니다.
한번본인연인데,
늘마음에남아있던후배입니다.
이제는하늘나라,극락정토에서그의바람대로
한그루의싱싱하고푸른나무가되어
우리들의영혼을어루만져주는
천상의시인이되어있을것입니다.
(2007년5월,시인의집에서.가운데는주춘돈선배,오른쪽은시인의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