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표정관리가잘안되는모양이다.
무표정인것같기도하고,웃는것같기도하고.
그냥허허로운웃음이라고하자.
아침의그활달한기세는게눈감추듯어디로갔는가.
뭔가떨어지는소리.
아침밥을먹다가쳐다보니,
마누라의의아스런표정이눈에들어온다.
무슨일이고?
리모컨밧데리뚜껑이저-기장식장밑으로들어가서…
거실에서훌라호프를하면서TV를보고있었는데,
그만리모컨을떨어뜨렸고,
그충격에밧데리뚜껑이없어져버린것이다.
어이구,바보같이.좀잘하지.
이한마디가마누라의심경을건드린것이다.
‘바보’라고했으니그럴만도하다.
그렇게시작한말다툼이심해져갔다.
급기야한마디더붙인말이마누라의부아를치솟게한모양이다.
‘못된일’운운한것.
딴에는훌라호프를하다리모컨을떨어뜨린게
‘잘못된일’이라는뜻을말한다는게’못된일’로표현했는데,
그게묘하게반응한모양이다.
‘못된일’이라는말로한참을다퉜다.
그반대말이’잘된일’이냐부터’착한일’로이어지고…
나의뜻이그렇게왜곡되게전해질지는몰랐다.
어떻게해서든수습을하자.
해서마누라더러뚜껑을찾아보라고했다.
마누라는다시발끈한다.장식장밑으로들어간것을어떻게꺼내느냐.
화장실변기뚫는철사줄을갖고나와장식장밑을훑었다.
켜켜이쌓인먼지만나왔다.그사이출근시간은늦어지고.
출근하면서마누라에게말했다.
뚜껑을장식장밑으로들어가지않을수도있다.
주변을다시한번잘찾아봐라.
그말이마누라를다시화나게한모양이다.
장식장밑으로들어간것을두눈으로똑똑히봤는데,
나를그런식으로바보취급하느냐하는투로쏘아붙인다.
할말이없다.
그러면뚜껑뒤를테이프로잘감아놓아라.
이말만던지고나는집을나섰다.
퇴근길,마음이뒤숭숭하다.
아무런일도아닌것을갖고
마누라속을뒤집어놨으니어찌할것인가.
집을들어서니아무도없다.텅빈집.
마누라들어올시간이안된줄알지만,
그래도생경할정도로허허롭다.
옷도안벗고소파위에털썩앉았다.
곁에그문제의리모컨이있다.쳐다보기도싫다.
리모컨은변해있을것이다.
밧데리케이스부분을테이프로칭칭감겨있겠지.
그런생각으로리모컨을들었다.
어라,그런데그게아니다.
밧데리케이스에뚜껑이얌전히꽂혀있다.
이게어찌된일인가.마누라에게전화해볼수도없고.
피-익웃음이나왔다.내말이맞았을것이다.
뚜껑은떨어져나와거실어딘가에있었을것이다.
내가출근하고마누라는그것을발견했을것이다.
그래서얌전하게꽂아놓았을것이고…
갑자기미더덕된장찌게냄새가느껴졌다.
그제서야그냄새가내코에들어온것인가.
부엌싱크대위에내가좋아하는
김치넣고끓인미더덕된장찌게가만들어져있었다.
마누라가조용하게들어왔다.
그거(뚜껑)어디있더노?
마누라는말이없다.그냥다소곳이안방으로들어간다.
뒤따라가다시물었다.
어디있기는요.뭐…
표정을관리하느라애쓰는모습이역력하다.
그러나웃고있다.虛笑다.허허로운웃음.
나도마찬가지다.
그러나한마디해야하는데,어떡하나.
버릇처럼또’바보같이,’
이말은죽어도하지말자.
죽어도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