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비

할아버지.할머니제사모신지가,

그러니까아버지돌아가신그이듬해부터이니햇수로30년이넘었다.

아버지살아계실적엔정성이지극한제사였다.

나는그렇게까지하지는못했다.

그저때가되면주섬주섬지내는그런수준이었다.

일찍돌아가시느라사실얼굴도한번뵙지못한두분이었기에,

아버지의그것에비해아무래도정성이떨어질수밖에없는측면이있다.

그동안한차례변화가있었다.두분제사를합쳐합사를한것이다.

그게재작년부터이다.물론주변어른들의의견을들어한것이다.

올해또바꾸기로했다.어머니의견때문이다.

캐톨릭교리에따라성당에서연미사로대체하자는어머니의의견에따른것이다.

어제가제삿날이다.두분함자를몰라어렵게찾아냈다.

어머니는사시는대구의동네성당에,

그리고아내는우리동네성당에연미사를신청했다.

아침9시,청소년미사에참석했다.

영성체때신부님이또렷하게두분함자를언급하면서영생을기원한다.

기분이묘했다.

생전에성당에한번도가시지않았을두분이었으니그럴수밖에.

미사를끝내니기분은홀가분했다.

집으로오는길에다시한번두분을생각하고명복을빌었다.

그런데뭔가좀꺼림직한기분,그리고뜬금없는생각.

수십년을그래도손자가지내는제삿밥을드셨을두분아닌가.

그것을성당에서연미사로대체하면,

두분은제삿날,어디에서주린배를채울수있을것인가.

퍼뜩드는생각.그래,조그만제삿상이라도차리자.

아내도선뜻동의해준다.

그래서조그만제삿상을마련했다.

나물과전몇점,사과와배등과일조금,닭다리,탕국,그리고막걸리.

저녁늦게제사를올렸다.물론지방도준비했다.

할아버지.할머니,많이드십시요.

두분이예전에비해더살갑게느껴졌다.

제사에정성도더들어가고.

이런느낌은어디에서연유하는가.

세태나교리를따른다고해도지워질수없는그무엇이있다.

막연한죄책감,그리고아쉬움이다.

물론나이탓도있을것이고.

세상을살면서맞게되는,혹은넘겨야하는몇차례고비가있다.

그게부지불식간에오는것도있고,

세상을살아가면서주어지는어떤계기에의한것도있을것이다.

오랜세월을해오던,어떤의식이나제례의변화도그중하나로본다.

할아버지.할머니를이런식으로추모한다는것,

잘하고잘못하고의문제가아니다.

나는이것도내삶의한고비로여긴다.

가족과의인연도이런식으로가닥이잡혀져갈것이다.

인생의여정이일정할수는없다.

일정한형식의틀만고집할수도없다.

나이가들면마음만남겨지는것인가.

나는또한고비를넘어가고있다는생각이다.

거푸는털어버려도된다.

오롯한마음만남기자.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