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매일밥을먹는다.

체력을유지해살아가기위해서다.

안먹고는살아갈수없다.

그러면밥은동물들의그것처럼단순한먹거리에불과한것인가.

‘바베트의만찬(Babette’sFeast)’에나오는

바베트,그녀가만들어먹고먹이는밥은단순한먹거리가아니다.

아름다운하모니가되고사랑과화해의매개가된다.

가난한영혼에따스함을불러일으키게하는메신저가된다.

영화의배경은1800년대덴마크의외딴시골마을이다.

루터敎금욕주의신앙을가진사람들이모여사는마을이다.

마르틴느와필리파자매.70대를넘긴이두늙은자매는독신이다.

사랑이있었고남자도있었다.

그러나마을교회목사로,

엄격한금욕주의자였던아버지로인해욕망을접었다.

그리고는금욕의산물처럼둘이서함께살아가고있다.

금욕은좋은것인가,나쁜것인가.

목사아버지가죽고난후,마을은이상할정도로핍박해진다.

이웃들끼리의반목이끊일리없고,덥혀져왔던불륜관계도속속드러난다.

마을사람들이떠나기시작하면서마을이텅텅비어간다.

교회엔예배도찬양도생기도없다.

아버지떠난교회는두딸,마틴과필리파가남아서근근이이어간다.

이런설정속에마틴과필리파자매의사랑얘기가자리잡고있다.

스웨덴장군을사랑했던마르틴느,

그리고프랑스오페라가수를사랑했던필리파.

그러나’세속적인사랑과결혼은공허한환상’이라며

금욕을통한경건한삶을추구하는아버지의반대에부딪쳐스스로들포기하고만다.

그런과거를지닌자매라,그들이함께늙어살아가는모습이안스럽다.

여기에한여인이나타난다.바베트라는여자.

프랑스내전의와중에남편과아이들을모두잃고,

자신마저목숨이위태로운상황에서필리파의옛연인이었던

오페라가수파팽의소개서를갖고피신차자매앞에나타난것이다.

영화는바베트의등장으로어둡고침울한분위기가좀전변된다.

일잘하고음식잘만드는바베트는교회일을도우면서

마르틴느와필리파를열심히보살피고마을사람들과도친분을쌓아간다.

(음식재료들을사들이고있는바베트)

10여년이그렇게지나갔다.그리고한사건이생긴다.

바베트에게큰돈이생긴것이다.

영화는바베트가1만프랑의복권에당첨됨으로써

타이틀대로본격적인만찬준비를서두른다.

여기서바베트가1만프랑복권에어떻게당첨됐는지는중요하지않다.

바베트가어떻게할것인가라는의지가중요하기때문이다.

다들큰돈이생겼기에궁색하고고생스런시골마을을떠날것이라짐작하고있었는데,

바베트는그럴생각이전혀없다.

오히려그녀는교회가준비중인목사의

100주기추도예배를준비케해달라는부탁을한다.

그뿐아니라예배후저녁식사준비도자청해나선다.

식자재들이몇주에걸쳐마을로반입된다.

마을사람들은바베트의부엌으로옮겨지는음식재료들을보면서놀란다.

입에대보지도않던샴페인도있고,

소머리와꿩,메추라기,거북이,이상한바다생물등

생전먹어보지못한음식재료들이바리바리들어오고있는것이다.

마을사람들은놀란다.그리고두려워한다.금욕신앙으로물들어진마음들이다.

이런재료는성스런추도예배음식용이아니다.

악마의잔치에쓰일음식재료들이다.운운.

아무리맛있는음식이라도그들은그것을맛보고즐길수없다.

"혀는찬송과감사하는데쓰라고주어진것이다.

음식을탐하라고있는게아니다."

12월15일추도일.

예배가끝나고마을사람들이참석한가운데만찬이시작된다.

외부에서는딱한사람이왔다.목사아버지와친분이있던로펜헬름장군이다.

바베트의손길이바빠진다.

주방과식당을오가는심부름하는아이도바쁘다.

음식들이나온다.그러나좌중은조용하다.그럴수밖에.

마을사람들-열명남짓한노인들-이처음보는진귀한음식들이기때문이다.

내놓아지는음식에설명이따르지만,처음보는음식들이다.

아,먹고싶다.영화를보면서도입맛이절로다셔진다.

장군이중얼거리기시작한다.그러더니목소리가점차높아져간다.

감탄의목소리다.특히에피타이저로내놓은와인을마시는순간에그렇다.

"아,아몬틸라도와인이군요.여태껏마셔본것중최고입니다."

이어나온스프.장군은그게거북이스프임을알아차리고는어리둥절해한다.

마을노인들은여전히묵묵히음식들만먹고있다.

그렇게얼마간의시간이흐른다.좌중에변화가인다.

노인들의표정이밝아져가고있는것이다.여기저기입맛다시는소리.

정성스런대접과맛있는음식이냉랭했던노인들의마음을풀기시작한것이다.

이윽고말들이나온다.목사의생전얘기도나오고,

유난히추웠던작년크리스마스얘기도나오고.

서로간에잘못을인정하고비는얘기도나온다.

원수같이지내던두노파의말문도터진다.

한할머니가트림을하자,옆할아버지는대뜸’할레루야’로받아준다.

이부분이이영화가전달하고자하는메시지가아닌가한다.

맛있고정성이담긴음식으로차려진만찬,

그만찬이사람들의마음을열어주고있는것이다.

마지막음식으로메추라기새끼요리가나왔다.

장군의감탄은절정에달한다.

파리의유명한’카페앙글레’를들먹인다.

그카페에유명한한여자주방장이있는데,

그요리는그여자주방장밖에만들수없다는찬사가담긴감탄.

마을노인들의흥이절정에달했다.

교회밖우물가에둘러모인다.

그리곤서로손을잡고평소함께부르던찬송가를부른다.

아늑한밤,마을에평화와사랑이흘러넘친다.

이광경을지켜보는바베트,그리고마르틴느,필리파자매.

바베트가자매에게조용히자신의정체를드러낸다.

바로’카페앙글레’의여자주방장이자신이었다는사실.

가지고있던1만프랑전액을들여만찬을준비했다는사실.

그리고자신은결코마을을떠나파리로돌아가지않겠다는결심.

1만프랑으로준비한만찬이니비싸고화려한만찬이다.

그러나영화를보면서그런느낌은전혀들지않는다.

맛있고정성스런음식은사람의마음까지도변화시킨다는감동이앞서기때문이다.

이영화는맛있는영화다.

제목부터도그렇지만,내용도입맛을다실정도로맛이있는영화다.

한가지간과할수없는것은영화를전반적으로지배하고있는기독교적분위기다.

그점을고려한다면,영화에서바베트는현신한천사의모습이다.

청교도적으로살아가고있는마을주민들이반목하지말고

서로사랑하라는메시지를갖고마을에나타난것이다.

마을사람들에게차려내놓는맛난음식들은말하자면복음에다름아닐것이다.

우리의밥을생각해본다.

매일먹는밥이지만,이영화를보고나니

밥도단순한먹거리가아니다는생각이다.

밥에줄이붙으면’밥줄’이된다.이것은생계를의미한다.

그리고값이붙으면’밥값’이된다.능력을일컫는말이다.

이모든것들을통칭해부르는말이바로’밥심’이아닌가.

(원작소설표지)

이영화는덴마크에서1987년에만들어진영화다.

덴마크영화는우리들에게좀익숙치않다.

유명하고알려진영화도별로없다.

그래서일까.이영화는1996년1월에우리나라에소개됐다.

카렌빅센(KarenBixen)의원작소설에

아이작디네센(IsakDinesen)이각색한것을

가브리엘악셀(GabrielAxel)이감독했다.

마르틴느역에브리짓페드스피엘(BrigitteFederspiel),

필리파역에보딜카이어(BodilKjer),

그리고바베트역을스테파니오드런(StephaneAudran)이각각맡았다.

바베트역은원래프랑스의유명여배우인까뜨리느드뇌브가맡기로했으나,

그녀의개성연기기피증으로오드런에게돌아갔다.

영화는1987년아카데미영화제에서최우수외국언어영화상을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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