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동암문에서비봉가는산길.
빗발이점점더거세진다.
신발이물에젖어철버덕거린다.
비옷아랫도리를타고흘러내리는빗물이신발로흘러들어간다.
문수봉아래어느암벽위에섰다.
멀리오른쪽으로사모바위가보인다.
비구름에가리웠다가,구름이지나가면언뜻모습을보인다.
삼라만상의생성과해체가한눈에들어온다.
그풍광에넋을잃었다.
후드앞으로줄줄떨어지는빗물에도아랑곳없다.
그저한폭의그림같은풍경에몸과마음을빼앗긴다.
수없이들락거린사모바위지만,
문수봉능선에서이렇게조망해보기는처음이다.
언뜻보면무슨동물의형상같기도하고,
또언뚯보면스님이불공드리는모습같기도하고.
마침,아래절에서불경소리가들린다.
빗소리,바람소리,불경소리.
극락이따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