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없으면 절절매는…

나이가들어가면서마누라에의지하는의존도가높다.

늙고병들면의지할곳이마누라의품밖에어디있겠는가.

아직은그럴나이가아니라고강변하는친구들이많다.

이에비해아예그때를대비하느라,

마누라없으면그냥식물인간(?)처럼돼버리는친구들도몇몇있다.

어떤형태로마누라의수발에의지해살아가는지구체적으로알수는없다.

그러나마누라잘데불고다니는친구들에게서이런점을가끔씩본다.

재형이도그중의한친구다.

재형이와경화씨는항상산엘같이다닌다.

매주가는북한산산행도물론이다.혼자오는경우는드물다.

보는이로하여금둘이같이붙어있어야’정상’같은느낌이든다.

이번지리산종주산행에경화씨가빠졌다.

이유는잘모르겠다.무르팍등몸컨디션이안좋다는얘기는들었다.

경화씨없는재형이의이번지리산종주산행은보기에안쓰러울정도였다.

힘도못쓸뿐더러,혼자멍청하게헤매고다니는산행이었다.

꾸물대기일쑤고,그탓을할량이면신경질만내고.

"마누라가없어저런다"고했더니,처음엔아니라고하더니,

산행후,구례의한식당에서가진뒷풀이자리에서비로소인정을하더라.

아무튼마누라가없으니

힘도,쪽도못쓰고외기러기마냥처량하게뒤뚱거리는언행이라니…

서울에거의도착했을무렵,갑자기재형이의목에힘이들어가더라.

마누라가버스터미널에나오기로한것이다.

서울에도착하니제일먼저사라졌다.

병만이랑당산동생맥주집에앉아전화를했더니받지도않았다.

주흥이는보영씨랑같이왔다.

주흥이도장거리산행에항상같이붙어다니니,

보영씨없을때주흥이가어떻게하는지알수는없다.

그러나그럴경우에해당되는일이있었다.

벽소령대피소에서일박할때다.

남자들은같이자고,주흥이와점영이집사람을위해서는별도의방이배졍됐다.

주흥이가헤매기시작했다.우선배낭정리가전혀안된다.

배낭내용물을꺼내고집어넣을때우왕좌왕한다.보기에딱할정도다.

무엇이어디에들어있는지도모르고,어떻게꺼내는지도모르는것같다.

무엇을어떻게순서대로넣고,행장을꾸려야하는지모른다.

한소리했더니,그냥씩웃는다.

안봐도재형이판박이다.

성동이는이번산행에빠졌다.

그래도성동이를빼놓을수없다.

이친구는정말영희씨없으면꼼짝달싹을못한다.

작년,지리산종주산행때그랬다.

어느대피소에서아침밥을지어먹는데,

딱입만갖고나왔다.먹을연장도없다.

아직내려오지않은영희씨에게휴대폰으로공손하게(?)전화를건다.

아침인사를상냥하게건넨다.옆에서듣기에민망할정도로다정한목소리다.

그다음에나오는말이걸작이다.

젓가락이없다.젓가락빨리갖고오이라.

불편한잠자리에서일어나매무새를다듬고있을마누라더러젓가락빨리갖고오라니.

그게그리도급한용무였던가.지가어디서찾아보면될일아닌가.

이한예로미루어성동이도알수있다.

마누라없으면아무런일도못한다는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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