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완연한여름날씨다.
초여름이라는걸느껴볼새도없이여름의한가운데에와앉았다..
책상옆으로나있는조그만창으로불어오던바람도멎었다.
얘들노는소리만들려온다.바람이안불어오니,그소리도덥다.
며칠전까지만해도바람이솔솔불어와의자에기대앉아낮잠을즐기곤했었는데,

이젠의자에앉자마자땀이난다.그래서좀오래앉아있을수가없다.
집뒤논길산책도이른아침이아니면어렵다.
아침나절에걸어볼라치면길섶잡풀더미로부터더운김이모락모락피어오른다.

그더운김이반바지로사이로들어간다.덥다,덥다.
날이더우면먹는것도귀찮다.
집에서먹는것이라고해봤자,매일먹는그반찬들이지만,손이가질않는다.
어저께는남대문근처엘갔다가,무우지와오이지를한보따리샀다.
남대문시장좌판의임실할머니는어쩌다한번씩와서그것들을사는나를좀의아스럽게보는데,

그저께는그렇지않았다.

암,더운날씨엔이런게효도반찬이지한다.
무우지를얇게썬다.그리곤짠기를가시기위해물에약간불린다.
알맞은김치종지에썬무우지를담고,그위에고춧가루와저민파를넣고는물을붇는다.

그리고식초.나의여름반찬중의하나다.
오이지는반으로쪼갠후적당한크기로썰어물에좀가셨다가,깨끗한물을부어담는다.
입에침이고인다.찬밥을물에말아먹어야지.그러나뜻대로될까.
이가시어우적우적씹을수가없다.그것들은그렇게씹어먹어야맛있는데.
왜그생각을못했을까.짠지에식초에찬물이니,안그래도나쁜이가시릴수밖에.
그래도먹자고조심스레씹고또씹는다.
그렇게겨우먹었다.먹고나니이마에땀이송송맺힌다.또덥다.
더운여름날집에혼자있을때,할수있는일이무얼까.
내생각으로는없다가정답이다.

잠을잘수도,책을볼수도,술을마실수도,텔레비전을볼수도없다.
궁리를해보기는하는데,대개는그러다그저멍하니앉아있는방법으로간다.
무궁리,무방법이대책인것이다.
여름이오면나이먹어가는것을실감한다.
나이먹는줄을그전까지못느끼고있었다는건아니고,여름이오고더위가오면

그럭저럭치장내지는캄풀라지되고있었던마음과뮥신의쇠퇴함이드러나는것이다.
아무리이열치열이어떻고,노익장이어떻고해봤자무슨소용이있을까.

청춘의시절은가고,이제는중늙은이로서의시점이다.
이여름과무더위는올해도어김없이나이처럼찾아왔다.
발가벗고온전하게받아들일수밖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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