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 畵 像

두노인이빠른걸음걸이로탄다.

경로석에앉았다.가운데한사람을두고.

부부사이로보였다.

그러나그게아니었다.

차를기다리다가서로말을주고받았고,

함께차를탄것이다.

두노인네는한70쯤보이는데,건강해보인다.

남자분이휴대폰으로통화를하는데,

여자분이뚫어지게쳐다본다.

통화가끝났다.여자분이남자분에게말을건넨다.

꼭좀존함과전화번호을알고싶다.가르쳐줄수없는지요.

남자분이여자분을지긋이쳐다본다.가운데앉은분은졸고있다.

무슨해꼬지를하려는게아닙니다.얘기를나누고싶어서요.

여자분은보고듣기에민망할정도로남자분에게매달린다.

그리고는갖고있던무료신문을건넨다.거기에좀적어달라는것이다.

남자분은조금망설이더니,볼펜을꺼내전화번호와이름을적는다.

그러나볼펜이잘나오질않는다.곁에서있는나를쳐다본다.

얼른볼펜을드렸다.

활달하고또박한글씨로전화번호,그리고이름을한자로써서여자분께준다.

아이고고마워요.할얘기가있으면전화를드리지요.고마워요.

여자분은연신고맙다는인사를한다.

그리고는둘이서말을주고받는다.가운데분은계속졸고있고.

차는대림역쪽으로진입하고있었다.

남자분은신도림역에내리려는모양이었다.

자리에서내릴채비를하는남자분께여자분이말한다.

아이고,나는딸네미집엘가고있어요.

봉천동에서만한30년살았었지요.서울대역에서내려야해요.

남자분이좀당황해한다.나도마찬가지다.

서울대역은이미지나쳤다.그런데,서울대역에내린다니.

신도림역이다가오고있었다.

남자분이일어선다.안스런남자분의표정.

그얼굴을빤히치어다보는여자분.

남자분은한번뒤돌아보고는신도림역에서내렸다.

여자분은혼자서주절거리기시작한다.

아이고,뭘사가지?뭘사가야하는데.그렇지토마토.

할마버지의이름과전화번호가적혀진신문은

이미할머니의손을떠나바닥에아무렇게나뒹굴고있었다.

나는당산역에서내려야한다.

그할머니는계속주절되고있었다.

할머니는그상태로계속해서그차를타고갈것이다.

발길이떨어지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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