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尙樞의 일기

텔리비전에서그프로그램을보기전까지는그가누구인줄몰랐다.

노상추(盧尙樞)라는양반이다.

우리들보다두세기훨씬전의사람이다.

조선후기의무관으로변방인삭주부사를지냈는데,

그보다는일기로그존재가새삼부각되고있는분이다.

1746년부터1829년까지,

그러니까그의나이17세때부터세상을뜬84세까지

무려68년간,그와그의주변,그리고세상살이의궤적을

일기체의글로남겼다.대단한일이아닌가.

일기속에는집안대소사는물론,부모,형제,자식과

손자에이르기까지4대에걸친그의집안의궤적을고스란이담고있다.

또그의무관으로서의결코쉽지않았던입신양명과정등을통해

조선후기지방관리의갈등과생활상등을그리고있다.

노상추는평생세번의혼인을맺었다.

첫째와둘째부인은아이를낳다가,혹은산후처리과정에서죽는다.

그리고세번째부인을서른줄의나이에얻는다.

그러나그세번째부인도그의나이50후반에역병으로잃는다.

그부인들을잃을때마다남긴일기는애절하기짝이없다.

정3품까지오른노상추는한편으로그관직에걸맞은풍류행각도서슴없이적고있다.

몰론그가운데는수청든기생의머리올려준기록도있고.

노상추는자신이일기를쓰게된동기도밝히고있다.

그의나이17세때,아버지노철의명에따른것이라는데,

아버지노철은대대로무반집안인경주안강노씨,

그가문선조의업적을기리고,가정대소사의기록을통해

안정된가풍을이어가기를바라는마음에서아들노상추로하여금

매일일기를쓰게했던것으로전해진다.

노상추의일기를접해보면,

그시대나지금시대나인간과인간살이의양태는그닥변함이없다.

새삼,우리들현재의시간은과연무엇이고,무엇이다른가하는생각.

보고,느끼고,행동하는지금의시간은

결국세월흐름의한단계이고한구절에불과한것이라는것.

그런의미에서노상추는비록200여년전의인물이지만,

새삼현재를함께살아가는동시대인이라는살가운생각도든다.

우리에게역사적으로유명하고훌륭한선조들이많다.

오늘의우리를있게한구국의영웅도있고,

높고깊은학문으로우리들의귀감이되는학자와사상가도있다.

노상추,이분은시공을초월하는시간흐름의동시성을안겨다주고있다.

그반열에포함시켜도무난하지않을까싶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