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아졌다

휴대폰밧데리를갈아끼웠다.

전원을새로켜면비밀번호입력메시지가뜬다.

수년간보고해왔던짓이다.

비밀번호네자리를입력했다.

그런데,안된다.틀렸다는것이다.

나의비밀번호는’*’네개다.

그러나계속그기호를네번눌러도세번째에서안눌려진다.

번호가틀렸다는것이다.

짜증이나기시작한다.

나가야할시간은자꾸늦어지고있는데,

비밀번호하나로시간을끌고있다니.

아내에게하소연(?)해본다.아내가알리가있나.

대리점엘갖고가보라는말만돌아온다.

급기야매뉴얼을갖고와펴보는데,

깨알같은글씨가잘보이지도않거니와무슨말인지도모르겠다.

이낭패감.

허리와목부분에는땀이송글송글맺히고있다.

몇년간사용했던휴대폰비밀번호가하루아침에바뀌었다.

그게말이되는가.

휴대폰을가만들여다보다가다시한번입력해본다.

어라,먹혀들었다.이무슨조화인가.

그순간,막입력한번호가무엇인지퍼뜩생각이났다.

그것은’0’이었다.나의비밀번호는’0’네개였던것이다.

‘0’바로옆이’*’이다.

나는’*’네개가나의그것이고,

자판누르는자리도그에익숙해져있었다고철썩같이밑고있었다.

그런데,그게아니었다.기억을되돌려보니맞다,바로’0’이었다.

그게건망증이었는지,아니면치매의초기증상인지는모르겠다.

친구들이곁에서봤다면분명치매증으로몰고갔을것이다.

더운아침부터땀뻘뻘흘리며이런일을겪었다.

기분이안좋은쪽으로묘해져야할일아닌가.

그러나나는기분이좋았다.

무엇보다휴대폰이잘돌아간게기분이좋았다.

그리고또하나.

내가귀여워보였다.

나이를잘먹어가고있구나.그러니정신상태고뭐고모든게그렇지.

나는나이먹어뒤뚱거리는또다른나를곁에서보고있었다.

그모습이귀여웠다.

덥다.

칙칙한날씨다.

조금만움직여도땀이덕지덕지묻어난다.

짜증생길만한사안은근처에안두는게좋다.

그러나기분은될수있으면좋게갖도록하자.

기분이뭔가.

말그대로느낌의수준아닌가.

그수준이란게,

말하자면생각하기나름이아닐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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