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日날의 술

문제다문제다하면서도마셔대는게술이다.

그문제는한두어가지가아니다.

사람꼴이말이아니라는점,

그리고온몸이쪼그라들고망가져간다는것.

물론경제적낭비도문제다.

좀절제된술을마시자는다짐은수시로한다.

그러나작심삼일이다.

그런다짐중그나마조금지켜지는게있었다.

일요일엔술을마시지말자는것.

이날만큼은누가뭐래도집에서온전하게쉬면서몸도추스리고

생각도정리해보자는절박한다짐이었다.

이를위해나름대로몇가지정해놓은게있다.

불가피한경우를제하고는약속을하지말자.

외출도삼가하자.

전화도진동모드로해놓고될수있으면받지말자등등.

남이들으면이기도저런이기가없다고할것이다.

그러나어쩔것인가.살기위해서는할수없는노릇이다.

어제일요일,그게우습게됐다.깨진것이다.

지금까지지켜온게또말짱헛일이됐다.

왕창술을마신것이다.

밤에집에들어올때고주망태가됐다.옷은술에젖은채로.

토요일밤에전화가왔을때몰랐다.

진동모드상태로호주머니속에전화기가있었으니

당연히몰랐고,그래서받지를않았다.

일요일오후에왜그전화를받았는지모르겠다.

엉겁결에받은것이라는변명이통할리가없다.

그때부터내마음은이미’空日술불가’라는다짐을허물고있었는지모른다.

문래동으로나오라는것이다.귀국하면서좋은술을가져왔다는것.

순간적인망설임이있었다.그러나이내돌아섰다.

문래동막걸리집에서시작된술은,

저녁무렵합류한일군의친구들과더불어점점무르익어갔다.

막걸리에다미들턴에다맥주에다소주에다…

문래동을거의훝다시피하면서마셨다.

마지막은편의점앞파라솔이다.결국모두취했다.

한친구의酒邪가있었고,그타깃이내가됐다.

술을한바가지뒤집어서고야끝났다.

당산동에서버스를기다리면서정신이들었다.

나는지금여기에비틀거리며서서무엇을하고있는가.

집에들어와아내로부터한소리들은기억은있다.

뭣하는짓이냐.옷은다풀어헤치고.

아침인데도작취미성이다.

머리는무겁고몸은늘어지고.

후회막급이다.이젠다짐이고뭐고없다.

생각도없고할말도없다.

나를그냥밀어붙일것이다.

낭떨어지로.

사무실가는전철.

앞자리에태국여자둘이앉아있다.

타차폰이다.

잘못보았나?헷갈린다.

그여자는왜아침부터전철을타고있는가.

작취미성은아직까지이어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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