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청승이다.
비는줄기차게쏟아져내리는데,
나는산길을걷고있다.
어쩌다마주치는산꾼들,
인사를주고받지만서로가좀어색하다.
이비오는날,뭐하러산에오시는지.
그냥집에서선풍기틀어놓고수박이나먹고있지…
온몸이젖었다.빗물인지땀인지모르겠다.
마음이급해진다.빨리거기까지가야한다.
탕춘대에서향로봉으로올라가는데있는국립공원사무소다.
지난주,그앞에서산행을저지당했다.
‘뇌우(雷雨)성호우경보’때문이라는데,
그당시에는비가오질않았다.
몇번사정을해도안되는것은안되는것이다.
발길을돌아구기동으로내려갈수밖에없었다.
오늘도그럴것같은생각에산행시간을앞당긴것이다.
친구들과의약속은오전10시.
그러나나는그시간쯤산행들머리인국립공원사무소앞을지나고있었다.
다행히(?)사람이나와있지않았다.괜한기우였는지모른다.
그러나한번제지를당해본입장이면그렇지않을것이다.
한주를기다려온산인데못들어간다면그심정이어떻게되나.
계곡쪽으로들어가니운무로장막이깔려있는듯한어둠이다.
혼자뿐이다.아무도없다.홀가분하니마음이착가라앉는다.
오늘은어디까지갈까.
비봉을지나사모바위,그리고내쳐문수봉까지?
비봉능선쪽으로오르는데,눈을뜰수없을정도로비가쏟아진다.
간혹만나는사람들은비옷으로몸을칭칭감았다.
나는우산을받쳐들었다.여차하면비옷을꺼내입으면된다.
아이팟에서는모짤트17번이흘러나오고있다.
아차,싶었다.아이팟이비에젖으면안된다.
비닐포장지를꺼내아이팟을한번싸서바지주머니에넣었다.
생각난김에휴대전화도그렇게해서케이스에넣었다.
비봉능선에사람이없다.
평소같으면향로봉에서오는사람들과마주치면서붐비는곳이다.
진관사쪽에서한팀이올라온다.
한잔마시고가자.
그소리에누군가가배낭을풀러막걸리를꺼낸다.
그리고는시원하게한잔들걸친다.쏟아지는빗속에서막걸리들이키는폼이라니…
비봉쪽으로가는데,비가더거세진다.천둥소리도요란하다.
친구들도이미산을오르고있을것이다.
관리사무소를통과하면서산에들어올수있다는귀띰은해놓았다.
사모바위가비에젖고있다.
짙은운무속에서비에흠뻑젖고있는사모바위가측은해보인다.
바위는아래를내려다보는형국이다.
비를맞고있어서인지그각도가더수그러진느낌이다.
사모바위를지나문수봉쪽으로가는데,바윗길이미끄럽다.
신발에물이차니더그렇다.이런상태로문수봉을오를수있을까.
문수봉초입에도사람들이한명도없다.
하기야비오는날,누가쇠줄을잡고문수봉을오르려하겠는가.
안오르는쪽으로마음이급격히기운다.
친구들도분명사모바위까지와서내려갈터이니나도그렇게하는게어떻겠는가.
다시돌아사모바위다.
좀아쉽지만,친구들과의만남도중요하다.
사모바위로다시가는길.
줄기차게내리던비가잦아든다.하늘저쪽한편이밝아지는것같기도하고.
다시돌아서야하나,
말아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