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걸을수가없다.
전에도이런일이있었을까싶다.
있었을것이다.
몸을함부로다루면서까먹고있었을따름이리라.
어떻게용을쓰면걸을수는있었다.구부정하게.
그러나몇발작갈수가없다.
뭔가를잡고허리를구부려야통증이가시고숨을쉴수가있다.
하루를그렇게보내다병원엘갔더니대수롭잖게얘기한다.
며칠치료해보고경과를봐가면서하지요.
주사맞고,물리치료하고,약먹고.
집에와드러누웠으면서도뭔가기대는구석이있었다.
내일아침이면일어나걸을수있겠지.
그러나다음날에는통증이더심해졌다.
가만이누웠어도통증이심해몸을움직이기가어려울지경이다.
병원을다녀와도어찌할수가없다.
누울수도,앉아있을수도,업드려있을수도없다.
비스듬이뭔가에기대앉아엉거주춤한상태로있어야그나마좀났다.
이날하루,별생각이다든다.
이대로걸을수가없으면어떻게될것인가.
할수없는일들이마구떠오른다.
산은얼씬도할수없을것이다.
병원에서도그랬다.아픈동안등산은절대로하면안된다.
그게제일절망거리다.
그연장선에서,가고싶은곳도갈수가없을것이다.
스페인콤포스텔라도갔다와야하고,프라하도갔다와야하는데.
10월에설악산화채능선도갔다와야하는데,그모든것이거품이될수있다.
걷지도못하고산에도못가고그러면어떻게되나.
결국폐인이될것이다.몸은망가지고정신은피폐해지고.
무슨방법이없을까.없다.
운명,그리고운에맡기는수밖에없다.
오늘,눈을뜨니한새벽이다.
덥기도덥지만,딱딱한데자는게좋다고해서마루에돗자리를깔고잤다.
큰아이는방문을연채선풍기를틀고자고있었다.선풍기는밤새돌아갔을것이다.
저걸꺼야지.벌떡일어나아이방으로가서선풍기를껐다.
그리고다시자리에누웠다.그런데문득어라!싶었다.
내가지금무슨일을한것인가.벌떡자리에서일어난게아닌가.
벌떡일어날수가없었다.한번자리에서일어나려면몇번이나몸을비틀어야했다.
그리고도한참을앉아숨을고르고일어나야했다.
그런데나도모르게벌떡일어나’달리듯’걸어간것이다.
가슴이두근거렸다.이게웬일인가.뭐가잘못된게아닌가.
신기하게도그때부터허리통증은가라않기시작했다.
아침8시,운동화를신고집을나섰다.거리를걸어보았다.걸어진다.
걸음마를막배운아기마냥조심조심걸었다.
걸을수있다는게그렇게즐겁고기쁠수가없다.
그걸음으로버스를타고호수공원을다녀왔다.
오래살생각은없지만,
사는동안에몸은다치지말아야겠다.
적어도혼자걸어서,
가고싶은어딘가에갈수는있어야할게아닌가.
이틀간앓은것가지고너무부풀린다고시비걸친구도있을것이다.
그래도할수없다.
겪은것은겪은것이고느낀것은느낀것이니까.
저녁먹으며소주한글래스했더니알딸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