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의 추억

일산으로이사간게1995년10월이다.

먹고살기위해서울을나다니지만,

살곳은좀한적한곳이었으면좋겠다싶어찾은땅이다.

과천,산본을거쳐도달한곳인데,바로여기다싶었다.

후곡마을에집을잡았다.바로길건너가일산기차역,

그러니까지금구일산으로부르는마을의초입이었다.

신도시라는곳이었지만,그당시일산은참한적하고좋았다.

많은녹지,널직한도로,맑은공기,그리고깨끗한집들.

(일산호수공원에도천연호수가있다.그곳엔연꽃이한창이다)

이가운데빼놓을수없는게바로호수공원이다.

조성당시에는말들이많았지만,지금은어느누구하나호수공원탓하지않는다.

인공으로만들어졌지만,잘가꾸고보존한탓에지금은천연호수같은느낌을준다.

호수공원이개방된즈음의,어느날아침산책이떠오른다.

호숫길을따라걷고있는데,멀직이앞에서뭔가꿈틀거리며길을가로질러가고있다.

가만보니줄을이어가고있는무리다.청거북들이었다.

호수에서무리를지어올라와길을건너고있었다.

절로탄성이났다.그게바로때묻지않은자연이아니었던가.

그때연상됐던게,호주캔버라에있는호수다.

캔버라하얏트호텔앞에일산호수공원같은호수가있다.

물론천연호수다.호텔투숙객들이산책하기에그지없는곳이다.

그호숫길을이른아침에걷고있는데,멀직이앞에서뭔가지나간다.

야생동물들이다.캥거루도있고,코알라도있고거북들도있었다.

아침에겅중겅중거리며길을건너는캥거루를보니까좀두렵기도했지만,

역시자연환경이그대로살아숨쉬는호주로구나하는감탄이절로나왔다.

호수공원은걷기도좋지만,달리기도좋다.

한여름,자전거를타고그곳으로간다.

걸어가기에는좀먼곳이라항상자전거를타고갔다.

자전거를그늘에매놓고는호숫가를달린다.

호숫길한바퀴가대충5킬로미터정도된다.

뙤약볕아래,호숫길을달린다.두어바퀴.

달리는게무슨목적이있겠는가.그저호수가있고,길이있어달리는것이다.

그게차츰습관이됐다.그곳에가면무조건달리는것이다.

그렇게해서얻게된것이달리기중독증이다.

그게그렇게좋을수가없었다.달리는순간,머리속이하애진다.

온갖잡념들이줄줄이머리속에서정리가된다.

결심과의지의힘을키워주기도한다.

골치아픈사안들에게답을주기도한다.

그러니달리지않을수가있겠는가.

그렇게한여름뙤약볕아래를뛰고하는샤워,그맛도잊을수없다.

공중화장실이지만,한여름평일에는사람이없다.

한참그렇게할때가2000년초일것이다.

지금은달리기를하지않는다.

관절도안좋을뿐더러중독증에대한나름의두려움같은게생겨났기때문이다.

(다리아래,쉼터에서바라다본호수공원)

호수공원뒤로장항동이있다.그곳으로가는샛길들이많다.

그동네에창고를세내술집을차린후배가있었다.

한때,노래를불러좀알려졌던후배다.그형은내선배고.

우연히그집을알게된후부터는호수공원,

그다음코스는그집이었다.’장항동386’이었었지아마.

호수공원을달린후파김치가되어자전거를몰고그집으로간다.

후배는히피스타일이다.꽁지머리의그후배는저녁장사때문에오후엔주로잔다.

그후배를깨어함께술을마신다.그리고노래를부르고.

어둡고높았던천정,삐걱삐걱하던계단소리.

그후배는그러다일찍세상을떴다.간암이었다.그형도그병으로떴고.

호수공원뒤로장항동이있다.공원에서글루나가는샛길들이많이있다.

오늘,호수공원을다시걸으니옛생각이떠올랐다.

길은예전과다름없다.그러나세월은많이흘렀다.

넓직한터와그늘이있는다리아래쉼터도옛과다름없다.

그러나같이알고지내던사람들은더러이세상에없다.

후배경이,탤런트전운선생,

그리고이름은기억나지않지만,불굴의의지로건강을되찾으려던모사장님.

오늘모처럼호수공원을찾으니그사람들생각이많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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