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Shindler’s List)’

영화를좋아한다.

그러나아무영화를다좋아하는것은아니고가려보는편이다.

편식인셈이다.

가려보는기준은영화를연출한감독이다.

스티븐스필버그,알란파큘라,로만폴란스키,마틴스콜세지등을좋아한다.

이들감독이만든작품중특히홀로코스트와마피아영화를즐겨본다.

홀로코스트를주제로한영화로,

스필버거는’쉰들러리스트’를만들었고,알란파큘라는’소피의선택,’

그리고로만스키는’피아니스트’를만들었다.

갱스터영화의거장격인스콜세지는’좋은친구들(goodfellas)을제작했다.

홀로코스트나마피아를다룬영화를좋아하는데,그이유는나도잘모르겠다.

이들감독의홀로코스트영화는거진10년을주기로나왔다.

‘소피의선택’이1982년,’쉰들러리스트’가1993년,

그리고’피아니스트’가2002년에만들어졌다.

그주기를감안하면다음영화는2010년대초에나올것으로보이는데기대가크다.

이세영화,모두재미있고좋다.

그러나이들영화가운데메시지가가장강한영화로나는’쉰들러리스트’를꼽는다.

스필버그는달리설명할필요가없는영화계의거장이지만,

내가좋아하는이유는그의영화엔항상희망적인메시지가담겨있다는점이다.

예컨대,’클로우즈인카운터’나’ET’등외계인을다룬일련의영화는

외계인이지구인에보내는우호적인메시지를담고있다.

‘쉰들러리스트’도그렇다.

적어도인종적인차별로인한살륙이다시는일어나서는안된다는호소다.

"누구도과거에일어난일을고칠수는없습니다.그것은이미일어난

사실이기때문입니다.그러나이영화가우리에게시사하는바는

그런일이다시는일어나서는안된다는사실을깊게깨닫게해준다는점입니다."

‘쉰들러리스트’를끝내고스필버그가한말이다.

(촬영현장에서리암니슨에게연기를지도하고있는스필버그)

스필버그는이영화를만드는데심혈을기울였다.

영화의원작은’쉰들러의방주(Shindler’sArk)’이다.

호주출신의토마스케넬리(ThomasKeneally)에의해1982년출간됐다.

스필버그는그책을읽고깊은관심을기울인다.

그의말을빌자면그책을영화로꼭만들어보고싶어’미칠지경’이었다는것이다.

영화가1993년에만들어졌으니10년간준비를한셈이다.

1993년영화프로덕션이폴란드에세워졌고,

3월1일,원작의소재인크라코프(Krakow)에서기초촬영이시작됐다.

그때부터정확하게72일후영화가마무리된다.

크라코프에거대한촬영세트를짓는한편,

도시의실제거리들과건물등을영화의많은소재로사용했다.

말하자면오리지널로케이션인셈이다.

(아이작스턴과리스트를작성하고있는쉰들러)

영화의내용은잘알려진것처럼실제사실을바탕으로한얘기다.

1939년폴란드크라코프로이주한체코출신이독일인인쉰들러가나치와결탁,

무임금의유태인을공장인력으로이용해떼돈을번다.

그러나유태인의나찌독일군에의한살륙의참상등을보고마음속의양심이발동,

수용소유태인들을자신의공장에취직시키는방법으로유대인들을

구출해낸다는스토리를담고있다.

어찌보면단순할수있는내용이다.

그러나그속에담긴나찌독일의만행과유대인들의공포는끔찍하고전율적이다.

인간의본성적인선과악,

그리고그속에도사린위선과위악을적나라하게드러내는내용을담고있다.

(쉰들러의생전실제모습과’쉰들러리스트’속의유태인들)

쉰들러는이일로유태인들에겐잊을수없는은인이된다.

영화속유태인들의지도자격인아이작스턴으로부터받는헌사가이를대변한다.

"한생명을구하는것은세상을구하는것과같다"

탐욕과이기에물든쉰들러가어떻게이런일을했는가에대한논란이사실없잖아있었다.

특히그의부인인에밀리쉰들러가그논란의한가운데있는게좀아이러니컬하다.

에밀리는유태인들이구출된사실은인정한다.

그러나남편은결코그런일을할영웅이아니라는것이다.

쉰들러의마음을돌리는데결정적인역할을한사람은

쉰들러공장의회계책임자인아이작스턴으로알려져있다.

영화에서도그런느낌을주긴하지만,그렇게큰설득력은느껴지지않는다.

에밀리는아이작스턴이’쉰들러리스트’를추진하고실행한장본인으로얘기하고있다.

그러나어쨌든쉰들러와스턴과의관계는영화에서보듯아주가까운사이다.

따라서둘간에’쉰들러리스트’를누가작성하고실행했는가를따지는것은별의미가없어보인다.

에밀리의남편에대한평가는자뭇감정적인요소가있다.

영화에서도나오듯,그녀가남편의폴란드공장을방문하던날,

쉰들러는공장여직공과바람을피우고있었던데서보듯,둘간에관계는그리평탄한것이아니었다.

스필버그는영화속이런내용에사실감을더하기위해많은노력을기울인다.

유대인수용소가있던플라초우(Plaszow)에34개의병영과7개의감시탑,

그리고유대인무덤으로가는도로를포장하고캠프로가는길을거의완벽하게재현했다.

어느곳,어떤각도에서카메라앵글을잡아서찍어도모든게가능할수있게만든것이다.

스필버그는이에더해영화를흑백필름으로촬영한다.

그가그때까지보고겪은홀로코스트에관한이미지는모두가흑백화면이다.

그렇게확고하게굳어진거대하고잔인한흑백의이미지들을홀로코스트로

완벽하게재현해내고자했던게스필버그의’쉰들러리스트’를만든목표이기도했다.

그러나영화가100%흑백으로촬영된것은아니다.

영화속,어린소녀가독일군에이끌려죽음의길로가는장면.

이장면에어린소녀가입고있는옷은빨간색이다.유일한컬러장면이다.

왜소녀가입고있는옷만빨갛게했을까.스필버그는그에대한답이없다.

그러나그빨간색의의미가무엇인지보는사람들은다안다.

독일군의묵직한걸음,그칙칙한흑백의흐름속에나풀대는순진한빨강의움직임,

어떤장면으로도표출못할처절한공포의아이콘이아닌가.

유태인시체소각장면.

너절하게들실려소각장으로옮겨지는구루마에빨강옷의이어린소녀도보인다.

흑백필름의현실감을높이기위해스필버그는영화촬영의반정도를

핸드-헬드(hand-held)카메라를이용해찍었다.

비애감이나긴박감을극도로높이기위해스필버그는영화감독으로서가아니라

당시의현장을재창조하고기록하는저널리스트적인시각으로접근키위해

그기법을이용한것이다.흑백의필름에영화의진실을담아내는

‘시네마베리떼’의소재로서는핸드-헬드카메라가적합했다는게

스필버그의회고담이다.

(아몬괴츠중위역의랄프파인즈)

스필버그는캐스팅에도심혈을기울였다.

"스필버그는쉰들러이자,아이작스턴이었고,아몬고테였고,

모든유태인생존자들이기도했습니다"

쉰들러로나오는리암니슨(LiamNeeson)의이말속에그런노력이담겨있다.

아이작스턴(ItzhakStern)은쉰들러의양심을일깨워준

쉰들러공장의회계담당자로이영화의주요인물이다.

그역을스필버그는벤킹슬리(BenKingsley)에게맡겨완벽히소화해내게했다.

쉰들러역의리암니슨은두말할필요도없이쉰들러역에적격이다.

그리고플라초우수용소장으로나오는아몬괴츠중위는

랄프파인즈(RalphFiennes)가맡아악의화신격을전율스러울정도로잘해냈다.

괴츠중위의하녀인헬렌허시역의엠베스데이비티즈(EmbethDavidtz),

쉰들러부인으로나오는캐롤라인구달(CarolineGoodal)등도

스필버그가10년의준비기간을통해준비한배우들인만큼

그역할이곰삭을수밖에없는캐스팅이었다.

‘쉰들러리스트’를처음본게한국에개봉된1994년이다.

그후에도몇번더본기억이있다.

2004년어느날인가,교보문고엘갔더니장정이잘된

‘쉰들러리스트’DVD가나와있었다.그걸사서한번보고그냥눠뒀다.

그저께정리를하는데그게나왔다.

마침큰아이가갖다놓은대형텔리비전이있어다시한번봤다.

전율과감동그자체였다.그래서이글을쓰고있는것이다.

영화를보면서그DVD를보니꽤의미있는DVD이다.

영화나온지10년을기려만든,말하자면’10주년기념판’이었다.

이글을쓰면서나는왜나찌와홀로코스트에집착하고있는지에대한

막연한변명같은게떠올랐다.

나자신에대한확신이서지않기때문이라는것.

나는善한가,아니면惡한가.

그도저도아니면양면성을지닌善惡의혼합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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