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어쩌다’1박2일’을보는데가회동이나온다.
어떤장면에선가예전그곳에서살던집부근이나왔다.
지금은고인이된오아무개라는분이주인이었던하숙집으로내려가는계단.
지금은’돌계단’으로명명돼있었는데,예전의자취는찾아볼수가없다.
가회동은총각시절,그러니까1977년부터79년까지살던곳이다.
그래서가회동에는추억이좀있다.
잊을수없는추억거리하나.
1978년말쯤이었을것이다.
결혼을앞두고하숙을청산하려했다.
방이필요했다.전세내지는월셋방으로.
수중에80만원이있었다.
그돈으로가회동에서전셋방을얻을수있을까.
어찌됐던동네복덕방에문의를했다.
당연히그돈으론어렵다는것이다.
월세를좀내면안되겠냐고물었더니,
최소한200만원의전세금은있어야한다는것.
복덕방주인할아버지와얘기를나누고있는데,
어떤중년의여인이들어온다.
주인할아버지가나하고얘기중이니까,옆에그냥앉아있다.
월삯을좀후하게하겠다.그러면어찌안되겠느냐.
할아버지는막무가내다.아주머니는곁에서우리들의얘기를듣고있다.
하는수가없다.다른복덕방을가보자.
그복덕방을나와걸어올라가고있는데,뒤에서누가부른다.
돌아보니곁에앉았던그아주머니다.
다가가자나더러방을구하느냐고묻는다.
그렇습니다.그러나가진돈이얼마없어서…
얼마를가지고있는데?
80만원.
그래요.그럼우리집으로한번가봅시다.
돈이모자라는데요.
괜찮아요.방이마음에들란가모르겠네.
아주머니집은가회동언덕길을조금올라가있는아담한한옥이었다.
대문을밀고들어가니밖에서생각했던것보다집이크고좋았다.
방도여럿있다.아주머니는방을골라보라고한다.
돈때문에아무래도좀미적거렸진다.
가진돈이적으니크고좋은방을골랄수가있겠나.
아주머니는그러는나를보고돈은신경쓰지말라고한다.
대문맞은편남향으로된방이하나있었다.
좀좁았지만,혼자살기에는충분하다싶었다.
조그만툇마루도있고,무엇보다남향인게마음에들었다.
그방을하겠다고했더니당장짐을들이라는것이다.
좀어리둥절했다.이런일이어찌있을수있는가.
이아주머니는왜내게이런호의를보이는것일까.
아주머니에게고맙다는인사를하면서도내심좀의아스러웠다.
그렇게해서나는그집으로들어가살수있었다.
후에안일이지만,
그아주머니는혼자살면서그집에서점쳐주는일을하고있었다.
그아주머니와좀친해진후한번물어보았다.
나에게어찌그런선심을베푸셨는지.
아주머니왈,
내인상이좋다는것.저런인상이면뭘맡겨도된다고생각했다는것.
아주머니는점쟁이다.점쟁이는관상도잘알것이다.
말하자면나는점쟁이로부터선택된’좋은관상’이었던셈이다.
그러나그집,그리고그아주머니와의관계는좋게끝나지않았다.
지금의아내가그집의내방을들락거리면서부터이다.
아내는같은통신사에근무하고있었는데,
연말망년회를계기로더욱가까워졌다.
망년회에서나는고주망태가됐다.가회동언덕눈길은미끄럽기짝이없다.
그언덕길을마누라가새끼줄로동여매나를끌고집까지옮긴것이다.
다음날아침,아주머니의눈치가예사롭지않았다.
따지듯묻는것이다.그여자가누구냐는것.
그물음때문에나는아내가나를집까지끌고온사실을알았다.
아내는자주놀러왔다.사내결혼을하려면’보안’이제일이다.
마땅히데이트할장소가없으니,
그저명륜동성균관대교정아니면가회동언덕배기에서만나곤했다.
아주머니는나에게결혼할사람이생긴것을알고는백팔십도변했다.
나는아직도그이유를모르겠다.
단서가하나있기는하다.아주머니에게양녀가하나있었다.
당시무슨은행에다니고있던처녀였는데,
나하고는그저눈인사정도만하는사이였다.
어쨌든아주머니하고의관계는복구가되질않았다.
그러다부천원미동에작은아파트를하나마련하는바람에집을옮겨야했다.
이사나가는날까지도그아주머니는냉랭했다.
간다고인사를하는데방문도열어주지않았다.
1980년대중반인가,
무슨일로가회동갈일이있어그집앞을지나는데,
열린대문사이로대청마루가보이고아주머니가앉아있었다.
그아주머니앞에어떤사람이드러누워있었고,
아주머니는그사람의배를쓰다듬고있었다.
누워있던사람이그처녀일것이라는생각이들었는데,
어딘가아픈모양이었다.
그리고는다시그집을찾아보지못했다.
오늘가회동언덕,
그집이있던골목이다시나오니그때생각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