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치’인심이 풍성한 집

김치가’金치’다.

집에서는잘실감이나질않는다.

그러나식당엘가면딴판이다.

배추김치가아예안나오는데가있는가하면,

반찬으로나오는곳도대부분눈꼽만치의양이다.

몇점집어먹으면금새없다.

추가를시킬라면2천원내지3천원받는곳도있다.

이러니식당에서김치를먹으려면눈치를안볼수가없다.

그저께광화문에후배를만나러나갔다.

마땅하게점심먹을곳을찾지못하고종로통을기웃거리다,

떠올려진곳이’이문설농탕’이다.

예전엔한번씩잘들리던곳이었는데,근자엔못가봤다.

‘이문설농탕’하면떠오르는게있다.

100년이넘은,역사가오랜식당이라는점,

그리고주로노인분들이많이들리는곳이라는점이다.

후배라고하지만,나와는한살터울이니,

함께가도’눈치’는받지않겠다싶어후배에게제의를했더니

이친구도좋다고한다.

‘이문설농탕’은언급했듯이노인분들이많이오시는데,

이분들은점심시간은될수있으면피한다.

좀느긋하게소주라도한잔하면서먹는시간들을택하는데,

주로오후두어시경에많이들들리신다.

우리도들어간때가그무렵이었을것이다.

손님이좀있다.다행히구석에두자리가있었다.

나는도가니탕,후배는설렁탕이다.그리고소주한병에막걸리한병.

으례그집에서는주문후에김치반찬을보시기담는다.

예전과변한게없다.배추와무우김치를담은그릇도예전그대로다.

그것들을담으려는데좀망설여진다.얼마를담아야하는가.

그릇속에는김치가풍성하다.

많이담으면주인이뭐라할것같은생각도든다.

그러나염치불구하고보시기에김치,특히배추김치를가득담았다.

후배가내눈을흘깃쳐다본다.이양반,세상돌아가는것잘모르나?…

탕이나오고후배와술잔을기울인다.

김치가귀한것이라생각하니,그게더맛있다.

담아놓은배추김치는후딱없어졌다.다시채운다.

김치를담으면서카운터쪽으로눈길이안갈수없다.

혹여주인이꼬나볼까하는조바심때문이다.그러나주인은전혀신경을쓰지않는다.

나만그런가고옆테이블을봤더니,저마다김치를풍성하게담아놓고먹고있다.

바로옆자리에서’이상한’일이발생했다.

혼자설렁탕을먹고있던중년의한남자가종업원을불렀다.

그리고뭐라뭐라하는데,쳐다보니김치와관련된것같다.

그손님,설렁탕을다비웠는데김치가좀남았던것같다.

그래서그김치를다시김치그릇에넣어도될것인가를종업원에게묻고있었던것.

예전같으면생각할수있는일인가.어찌먹다남은김치를다시갖다붓겠다는것인가.

종업원은만류하는표정이다.그러나손님은’반납’하겠다는태세고.

결국남은김치는김치통에다시들어갔다.

이조그만해프닝을보면서김치를마음껏먹으니입에쪽쪽달라붙는다.

결국우리는탕과음식을다먹고마실때까지,

아무런부족함없이김치를맛있게먹을수있었다.

계산을하면서고맙다고했다.

뭐가고맙다는것인가하는주인의표정.

김치요.

김치가왜요?

많이그리고잘먹어서요.

아,앞으로도걱정말고많이드세요.

최근의’배추파동’을보면서,

우리는뭔가모르게참옹졸해져간다는느낌이다.

배추가천정부지로오르면김치를안먹으면되는것이다.

김치안먹는다고당장에죽는것도아니지않은가.

그런데도무슨결단이난것처럼온나라가시끄럽다.

국회에서는야당이단상에배추까지들고나와정부를들쑤신다.

애매한4대강까지들먹인다.

‘이문설렁탕’에서모처럼뜨거운탕에소주,막걸리에,그리고김치까지

풍성하고맛있게먹고나오니인심과인정의중요성이새삼느껴진다.

‘이문설렁탕’이라고배추값에민감하지않을수있겠는가.

그러나그집은전통과우리네인심,인정을더중시하고있는것이다.

김치까지를우리네인심과인정의인질로삼아서야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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