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새벽부터마음이좀급해진다.
시간흘러가는것,그리고보내는게아까워서다.
아침무렵이면더그렇다.
그렇다고딱히할일이있는건아니다.
아침햇살이넉넉한거실에그저조용히아무런생각없이앉아있어도좋다.
텔레비전도본다.일요일아침에방송되는’진품명품’이분위기에알맞다.
책도본다.안토니오스카르메타의’네루다의우편배달부.’
그저께일산아람누리도서관에서빌려온책이다.
음악도듣는다.
아이튠(iTune)에서다운받아놓은네덜란드클래식방송(ClassicFMNL)의톱오페라100곡선.
이일들을한꺼번에할수는없는것인가.
뭔가를하나하나씩해야겠다는생각이있지만,마음이급해져서인지허둥대기만한다.
‘진품명품’이끝났다.일단텔리비전은끈다.
두가지일을해야한다.
문득생각나는게있다.지하철이나버스에서보는풍경.
귀에는이어폰을꽂고뭔가를들으며눈으로는책을보는젊은청춘의사람들.
이해가잘안됐다.책이머리에들어올것인가.
아니면들리는게무엇이든간에이해가잘될것인가.
그러나막상그런상황에처하니별수가없다.나도한번해보자.
젊은이들하는짓,이상하다생각하지만말고한번따라해보자.
아이팻이어폰을귀에꽂고책을펼쳐들었다.
오페라아리아의감미로운음악이귀에감친다.
아,책을덮어버리자.눈을감고듣자.
그러나문득들어오는책표지의사진.
파블로네루다가자신의집인’이슬라네그라’에서바다를바라다보고있다.
나도모르게생각의어느한부분이책으로옮겨진다.
서문을보고,에필로그를보고,역자의작품해설을보고.
그러다가점점책에빠져든다.오페라아리아는계속귀속을감돌고.
신기했다.듣고보는두일이별어려움없이느껴져오는것이다.
혼란스러울것이라는애초의조바심이조금씩사라져가고있었다.
마리오가네루다의메타포를이해하면서비로소
시(詩)에눈뜨기시작하는그런기분이랄까,좀묘했다.
그러면서문득얼마나시간이지났을까가궁금했다.
한시간여가흘렀다.
음악과책을함께듣고보면서한시간여을보낸것이다.
음악을실내에틀어놓고책을보기는했지만,
이어폰음악을들으며책을본것은처음이지만,별부담감없이소화해낸것이다.
물론그렇다고책의내용을완전히요해했다든가,
오페라아리아를들으며,그내용에침잠한것은아닐것이다.
그러나듣고보기에별무리와부담은없었다.
그런대로잘받아지는것이었다.
그이유는뭘까를생각해본다.
음악과책의분위기가어울리는측면이있다.
그래서그랬던게아닐까하는생각이다.
네루다와우편배달부간얘기를다룬’일포스티노’가원작이이책이다.
책보다영화가먼저나왔다.영화를두어번봤으니그내용은물론잘안다.
영화의음악도좋아한다.
영화속검푸른태평양바다를떠올리면그음악이가슴에철렁거린다.
그리고네루다의아름다운시와아름다운감성의마리오.
그게오페라아리아와매치가됐을것이다.
그래서머리에쏙쏙들어왔을것이고.
주관적이겠지만,음악과책의분위기가다르면어떨까.
그래도잘받아들여질까는의문이다.
다음에한번해보기는하겠지만,아닐것이라는생각이앞선다.
이어폰귀에꽂고책보기.
어쨌든오늘의시도는젊은청춘들로부터배운것이다.
시답지않게보였던게나에게는좋은경험이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