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추억의 맛집들

한창젊을때,충무로에서10여년을보냈다.

극동빌딩건너편회사에서도로하나만건너면충무로였다.

지금도그런지는모르겠지만,

그때는충무로하면우리나라영화의산실로치부되던곳이다.

그때라는게1980년초반이다.

그런만큼그무렵의충무로는크고번화하고화려했다.

갖은음식점과술집들이즐비했다.

무랑루주던가,세종호텔옆지하극장식나이트클럽엔

당시한창주가를올리고있던이주일이사회를보고있었다.

어느날,밤이이슥해그앞을지나면서한잔걸친그양반과조우한적도있다.

호랭이담배먹던시절이다.

충무로는회사를옮기며떠난후에도사진때문에가끔씩들리던곳이다.

잘알고지내는카메라수리점은지금도그곳에있다.

(충무로극동빌딩뒷거리.극동빌딩도많이변했다.내부리모델링공사를아직도하고있었다.지하에있던추억의’극동다방’은없어진지오래다)

그저께모처럼충무로로나가봤다.

예전회사사람들과의만남장소가극동빌딩로비였기때문이다.

만나서밥먹을곳을찾아가면서옛길을걸어보았다.

추억이깃든,정감나는곳이지만충무로는예전의그충무로가아니었다.

잘다니던밥집과술집이지금도있을리가없다.

옛생각을떠올리며찾아봤는데,그래도몇집은그래도있다.

극동빌딩왼편골목길에있는돼지갈비집도그중의하나다.

부산이고향인주인이뚱뚱해서’뚱보’라고불렀는데,그게옥호가된집이다.

그집은옛그대로였고,밖에서살짝들여다봤더니주인도옛날그주인이다.

주인의여동생이예뻤다.그여동생도그대로있다.

살이좀올랐다.물론아줌마였지만,예전과별로달라진모습이아니다.

눈이마주치면아는체를할까봐좀멀리떨어져서가계를들여다봤다.

(‘뚱보’돼지갈비집.1981년에개업했다는간판에서나의충무로에서의시절과연륜을같이한다)

그옆집에아주이색적인술집이하나있었다.닭꼬치구이집이다.

허름하고좁은집이었지만,퇴근길에부담없이소주한잔할수있던곳이다.

그집이아직도그곳에있을줄은정말몰랐다.

주인양반도그대로다.이젠지긋한장년의모습이다.

우리들은그집을’참달고멍’로불렀다.

이집의주메뉴인참새구이,닭꼬치,오뎅,멍개의앞글자를따서그렇게부른것이다.

(닭꼬치구이집.지금보니’애심’이라는가계이름이있다.예전엔없었다.수정합니다.제가틀렸습니다.해삼을잘못보고’애심’으로읽었습니다)

(‘뚱보’돼지갈비집과닭꼬치구이집은사이좋게붙어있다)

이집들에서조금내려가명보극장가는골목엔생선구이집이있었다.

옥호도없이허름하고비좁았다.그러나맛하나는일품이었다.

특히시레기국이좋았다.

전날마신술로속이북닥한날이면시레기국먹으러자주가던곳이다.

두집이붙어있었는데,기억으로는아래집맛이더좋았다.

그집할머니는독실한불교신자였던걸로기억된다.

좁은가계안엔할머니가다디던절의큰달력이걸려있었다.

그생선구이집들도그자리에그대로있었다.

아래집을들여다봤더니할머니는보이지않는다.

그무렵70이가까웠으니아마도돌아가셨을것이다.

당시윗집은주인이젊은아주머니였다.이제는할머니가되어있을것이다.

그아주머니는보이지않는다.대신웬남자가생선을굽고있다.아들일까.

(생선구이집.두집이붙어있었는데,왼쪽집이더맛있고손님이많았다)

그무렵호주머니가좀두둑하면큰마음먹고가는집이있었다.

소꼬리요리로유명한’파주옥’이다.

꼬리무침,꼬리탕에소주한잔할라치면가격이만만치않았다.

주인아주머니의눈매가예사롭지않았다.그러나인심이후했다.

이집은특히겉절이김치가맛있었다.

언젠가한번들렀더니,지금은돌아가신원로가요작곡가박시춘선생과

반야월선생이마주앉아약주를하고계셨다.

좀얼큰했던모양이다.갑자기품파품파하는장단이나온다.

박시춘선생이입과손으로반주를하고

반야월선생이그장단에맞춰노래를부르는것이었다.

그모습이하도정겹고신이나서모든손님들이넋을잃고볼지경이었다.

작년인가반야월선생을뵙고그때그얘기를했더니추억에잠기시는모습이었다.

‘파주옥’도예전그자리에옛날옥호그대로있었다.

워낙유명한집이라주인도예전그대로일것이다.

그후덕했던주인아주머니는아직도가계를지키고있을까.

(‘파주옥’도옛그대로다.가만보니메뉴에곰탕이추가됐다)

칼국수를잘하던’사랑방칼국수’도예전그대로였다.

아주머니도그대로계셨고,주인아저씨는할아버지가되어있었다.

아주앳돼보이던처녀가하나있었는데,

지금은중년의나이로아직도주방에서일하고있었다.

이집은지금도가끔생각나면들러서칼국수를먹곤한다.

계란을추가하면100원을더받았는데,아직도그러는지는모르겠다.

(‘사랑방’칼국수집)

(술집’색’이있던건물.건물은좀고친것같다.술집이있었던2층엔출력회사가입주해있다)

잘다니던술집은몰론한곳도남아있는곳이없다.

스카라극장쪽으로빠지는거리왼쪽에’색’이라는바가있었다.

그집주인이아마도박정숙이었을것이다.

허름한4층짜리건물의2층에있었는데,많이다녔다.

삐걱거리는나무계단을올라가면그소리에나와맞아주던그여자가생각난다.

딱한개뿐인룸에는아무나들어갈수없었다.

좀특별한손님이어야했다.그방에내가들어가본적이있었던가,없었던가.

(민물장어를팔던’장추’도그대로있다.이집에선김밥도팔았는데,비쌌지만맛은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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