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선배님사무실에서귀중한글을하나보았다.
태조이성계의친필이다.
무슨글인가싶어한번훑어봤는데,
그내용을잘모르겠다.
한문도잘모르고또그방면에워낙과문한탓이라,
어떤글인지구체적으로알수가없었다.
선배님의설명을들으며대충내용을알수가있었는데,
들어보니예사로운게아니다.
이글의원본은전주李씨문중의어떤분이소장하고있다고한다.
원본의형태는물론이것과다르다.
두루마리형태의원본을다시표구한것이라고한다.
선배님으로부터들어보니글의내용이재미있다.
이성계,그의나이71살에딸을하나얻는다.
물론정실에게서얻은게아니다.
그의나이71살이면왕자의난등골육상잔의험한꼴을겪은후
그의다섯째아들방원(芳遠)이세조로등극한후,
인생의허무를느끼고고향인함경도로들어가있던때이다.
함흥차사얘기의시절과도부합되는시기이다.
아마도이무렵이성계는어느여인과의정분을통해
고휘를넘긴나이에딸을하나얻었던것이다.
그나이에얻은딸이니,그딸에대한정성과사랑이오죽했을까.
더구나골육상잔의권력투쟁을지켜본후에얻은소생이니그의미가남달랐을것이다.
어린이딸이앞으로어떻게이험한세상을살아갈것인가.
어떻게하면내가이어린딸을지켜줄수있을것인가.
이런노심초사의마음으로쓴게바로이글이다.
이글에서이성계는딸이태어난연유와,
그딸이자신의소생이라는점을밝히고있다.
혹여후에딸에게무슨일이닥칠때,자신의소생임을밝혀줌으로써
이를모면할수있게하려는하나의증표로서삼고자하는글인셈이다.
이글은또딸이머물곳을비롯해딸을위한집을어떻게지으라는지시까지담고있다고한다.
늙은아비로서딸에대한사랑과배려가묻어나는글이다.
이성계의이글은20여년전에공개되었다고한다.
당시전주李씨문중에서이글을구입코자1억5천만원을제시했으나성사되지못했다.
갖고있던주인이한사코팔지않겠다고했다는것이다.
결국문중에서의종용과타협끝에1백부한정의표구본으로제작했다고하는데,
이날본것도그중의하나인것이다.
글은세어보니모두225자이다.열다섯자씩15행이다.
무엇보다눈에띄는것은이성계의수결(手決이다.
태상왕(太上王)이라는직위아래직접수결을하고낙관을찍었다.
글씨에대한느낌은내용이그래서인지부드럽고다감해보인다.
고려말大장군,위화도회군을결심하고조선을건국한위대한무골아닌가.
그러나그도딸앞에서는다정다감한촌로의모습이다.
그모습이글속에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