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사제단’, 추기경 비꼬는 남모를 고충이 뭔가
천주교서울대교구장정진석추기경이지난8일출판기념기자간담회에서천주교최고의결기구인주교회의가지난3월공표한‘4대강사업반대선언’에대한소회의일단을피력했다.

이날추기경은“주교단이4대강사업이자연을파괴하고난개발의위험을보인다고했지반대한다는소리는안했다.오히려위험을극복하는방법으로개발하라는적극적인의미로도볼수있다”고말했다.그러면서"북한은국민의생존에대해양식(糧食)이없다고손을벌리고,진리를차단하고자유가없다"며"북(北)에대해비관적"이라는말도덧붙였다.

이에대해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반박하고나섰다.사제단은지난10일´추기경의궤변´제하성명을내고조롱하듯"이렇게노골적으로정부를편드시는남모르는고충이라도있는것인지여쭙고싶다"며추기경을빈정댔다.사제단은그러면서"추기경이(북한에대한)미움이나부추기는골수반공주의자의면모를과시하고있으니이는교회의불행"이라며추기경을비방했다.

제3자적입장에서본정진석추기경의발언은천주교가4대강사업을무조건반대하는것으로비쳐지는것에대한교회내부의우려를표명한것으로이해된다.그리고“4대강사업에대한찬성과반대는종교문제가아니다”고한추기경의발언은이문제를지나치게정치투쟁화하려는움직임에대해일정한선을그으려는것으로해석된다.

그럼에도사제단은정진석추기경의발언을‘궤변’으로매도하면서치받았다.이같은사제단의성명을접한우리는혼란스러움과당혹스러움을함께느낀다.언필칭정의를구현한다는사제단이정의가아니라불의를저지르고있지않나해서다.

우선위계질서가엄격하기로이름난가톨릭지위체계상사제들이추기경을공개적으로비판한것부터가정의롭지못하다.아무리세상이변했다고하지만여전히유교적윤리질서가우리사회의가치체계를지배하고있는현실에서추기경의발언을‘궤변’으로폄하하는사제단의성명은오만불손하기짝이없는불의로비친다.

"이렇게노골적으로정부를편드시는남모르는고충이라도있는것인지여쭙고싶다"며히죽거리고빈정대는사제단의비이성적조악한말투도정의롭지못하다.냉소적인언사로추기경을깎아내리고해죽댐으로써얼마나자기위안이됐는지는모르겠으나볼썽사납다.

사제단은또“남북대화를촉구하고인도적지원을호소하던교황들의심정을대변해야할추기경이대중의흥분을누그러뜨리지않고미움이나부추기는골수반공주의자의면모를과시하고있으니이는교회의불행”이라고막말을했는데사실은우리가사제단에게되묻고싶은질문이다.

“북한의인권개선을촉구하고종교의자유를호소해야할사제단이이에는침묵한채김정일을비호하면서남남갈등이나부추기는골수종북주의자의면모를과시하고있으니이는대한민국의불행이다.사제단은그렇게노골적으로북한을편드시는남모르는고충이라도있는것인지여쭙고싶다.”

말은가려써야한다.아무리언론의자유가있고표현의자유가보장돼있다고하지만할말과해서는안될말이있는법이다.‘말은은이요침묵은금’이라는격언처럼정제되지않은말은차라리침묵하는것보다못하다.우리는정제되지않고절제되지않은말로추기경을능멸하려든사제단을경멸한다.

영국의정치철학자홉스는“인간에게말이있다는것은축복이자저주´라고했다.합리적사고를할수있고과학을가능케한다는점에서말은축복이지만,일시적욕망에따라무절제하게사용함으로써재앙을초래한다는점에서말은인간과세상에게저주일수밖에없다는것이다.사제단은홉스의말을재음미해보았으면한다.그리고이기회에"남을해치는말은먼저스스로를해치고,피를머금어남에게뿜으면먼저자신의입이더러워진다“는태공망(太公望)의말을한번쯤되새겨보기바란다.

우리는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소위사회의정의를구현한다며일부사제들이결성한비공식모임으로안다.그렇다면사제단의본분은어디까지나하나님과의대화를통한신자들의영혼을돌보는데있는만큼정의구현보다는그일부터하는것이순리다.그런데도사제단소속사제들은신자들의영혼을돌보는것보다정의구현이라는이름으로정치적현실참여에먼저뛰어든다.

특히사제단은보편적인종교의논리를떠나어떤특정한이념이나정책노선에영향력을행사하려든다.그뿐만이아니다.사제단은천주교의이름으로특정이념에편향돼국가의정상적인정책수행마저불순한의도로왜곡시키려든다.

분명히말하건대그것은정의가아니라불의다.인류의보편적진리를존중하고설파하는것보다도정의라는이름을차용하여균형잡히지않은시각으로어느한쪽면만크게부각시키는행위만큼불의한것도없다.그렇게해서는정의가실현되지않는다.정의는커녕그것은불의로도착(倒錯)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정의를논하면서정의롭기위해서는중용(中庸)의덕이필요하다며이렇게말했다.“사람은누구나화를낼수있다.그것은쉬운것이다.그러나올바른사람에게화를내는것,적재적소에서화를내는것,올바른목적으로화를내는것,그리고올바른방법으로화를내는것,그것은누구나해낼수있는것이아니다.그것은절대로쉬운것이아니다.”정의를실현하기위해서는어느한쪽으로치우치지않은중용의길을가야한다는뜻이다.

이번에정진석추기경의발언을놓고사제단이시비를걸고나온4대강사업만해도그렇다.사제단은예의정의구현이란미명아래정부의4대강사업을반대하고있다.그들은“조상대대로금수강산이라일컫던자연환경은우리의무관심과어리석음으로망가졌고,지금도자연파괴는계속되고있다”고주장한다.4대강사업은자연환경개선이아니라자연파괴라는것이다.

그렇다면우리는사제단에게묻는다.지금경기도광주군퇴촌면우산리천진암에서는자그마치30만평부지에3만명을수용할수있는백년성당을건립중에있다.백년성당건립을위해산자락을파헤치는일이불가피할것인데,그렇다면이는자연파괴인가아니면자연보전인가?

사제단은4대강사업은하느님의창조질서를거스르기때문에반대한다고주장하고있는데,그렇다면산자락을파헤치는백년성당건립은하느님의창조질서에순응한것인가아니면거스르는것인가?사제단은그에답해야한다.산은파헤쳐도괜찮고강은파헤치면안되는지에대해서도답해야한다.

로마교황청의요셉피토라는예수회신부가1985년서울을방문한적이있다.그때그는“신은인간이완전하게만들수있도록이세상을불완전하게만들었다”는연설을했다고한다.그가한말가운데에는인간의자연이용과자연환경개선등이포함되지않나싶다.

예로부터치산치수는나라경영의기본이자부국의기초였다.4대강사업은그반대론자들의주장처럼강을죽이는것이아니라죽어가는강을살리는사업이다.준설과제방보강,보(洑)의축조등을통해기후변화에선제대응하기위한국책사업이다.또생명과생태계를살리고지역경제발전을견인하는동시에국민의삶의질을향상시키려는다목적종합기후변화적응사업이다.

그러하기에4대강사업에가장큰영향을받게될주민들의대표인박준영전남지사가지난7월15일4대강사업지지의사를밝혔다.박지사는이날천주교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가보낸공개질의답변을통해"영산강살리기는수질개선과유량부족을해소하는데중점이두어져있다"며이같이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4대강사업반대운동은정치적현실참여라는측면에서결코바람직하지않다.그리고그것은정의구현도아니다.사전적의미로‘사회를구성하고유지하는공정한도리’를정의라고정의할때보는관점에따라긍정과부정양면성을지닌4대강사업에대해이를반대하는것만이정의인양행동하는사제단의4대강사업반대는위선이요기만이다.

물론사제단이국가의정책이나현실문제에관해의견을피력하는것은얼마든지있을수있고또있어야한다.그러나전문성을요하는분야는자제하는게옳다.지나치게깊숙이간여할경우판단오류와함께정치적으로이용당하기쉽기때문이다.

갈라진국민여론을한곳으로모으고서로의상처를보듬어주면서화합을주도하는것이종교본연의임무다.그런데도사제단은사회계층을가진자와못가진자로쪼개고국민을반정부와친정부로가르는일에앞장서고있다.우리눈에는그렇게보인다.그래서정의를구현하겠다며벌이고있는사제단의집단행동은결코정의롭지못하다는것이다.

사제단은어떤이해관계때문에더이상반대를위한반대를해서는안된다.그리고더이상사회문제에관해무불간섭하는행동을자제해야한다.지금처럼행동하다가는자칫남의집부부싸움에까지끼어들지않을까걱정된다.

지난3월´뜻있는천주교평신도모임´이란단체가몇몇일간지에다음과같은요지의의견광고를실은적이있다.“(사제단은)신자들의영혼을돌보기보단정치에더관심을두고있습니다.4대강사업반대가교회의가르침입니까?평신도들은미사드리기가무섭습니다.(주교님들은)일부사제들이좌경화되어교회의영역을일탈하여과격한집단행동을하는것을막아주셔야하지않습니까?”오죽했으면그런주장을하고나왔을까.

일각에서는‘뜻있는천주교평신도모임’을두고유령단체라는의혹을제기하며그들의주장이묵살되기를바랐다.그래,그모임이유령단체라치자.그런데도그들의주장이독자들로부터공감을산것은왜일까?사제단은이를되새겨보고그의미를두번세번곱씹어봐야한다.

글/김영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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