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그리고 정 경화를 만난 날

하산길이좀심란했습니다.

상명대쪽에서탕춘대능선을오르기시작하면서

시작된상념들의후과였지요.

사람들에대한생각들이었습니다.

며칠전타계한리영희,

사형에서무기로감형된김길태,

민들레국수집아저씨서영남,

이런사람들에대한생각이었습니다.

나만그런가요.악마적인근성이좀있는것같습니다.

남들로부터칭송을받는좋은사람들은

나에게도좋은사람일터인데,그렇지않은것입니다.

뭐그게대단한일이고대단한사람이냐.

우습다.우습다.이런생각만드는것입니다.

참이상한일이지요.

대신남들로부터손가락질받는,

천하의못된자에게연민의정을느낍니다.

나는왜그런가하는생각으로북한산산길을걸었었지요.

사모바위에서승가사쪽으로내려왔습니다.

승가사로가는시멘트포장길을버리고계곡길을택했습니다.

골똘한생각중에고개를들어바라보니,

산은어느덧겨울입니다.

나무앙상해졌고,

바위에걸린양광한끄트머리는겨울빛입니다.

마음이무거우니걷는길도무겁습니다.

매표소를지나구기동도로로접어들었습니다.

앞에어떤여자가강아지두마리를걸리며오고있습니다.

강아지들이좀보채는모습이흡사서로들실랑이를하고오는모습입니다.

조금멀리서그여자얼굴이눈에들어왔습니다.

다소곳이고개숙인얼굴인데어딘가낯이익습니다.

희끗희끗한머리와함께보면잘모르겠는데,

얼굴만보니아,그모습입니다.

정경화.

평소에참좋아하던바이얼리니스트였지요.

정명훈등그녀의가족들이구기동에산다는말은들었는데,

구기동산길에서그사람과이렇게조우를하게될줄은꿈에도몰랐습니다.

얼굴이마주치고눈이마주쳤습니다.순간적이었지요.

정경화,그분이저를보고웃었습니다.

참다정스럽고기분좋은웃음이었습니다.

나도모르게말이나왔습니다.안녕하셨어요.

그뿐이었습니다.그리고는서로를지나쳤습니다.

참짦은순간의조우였지만,

정경화,그분의웃음은한동안못잊을것같습니다.

울적했던기분이그웃음하나로맑아졌습니다.

그기분은광화문까지이어졌습니다.

누군가의말이떠오릅니다.

사람은희망이다.

그러나또한절망이다.

광화문에나타난산타.차가운콘크리트바닥에낮은곳에임하려는산타의마음이전해지기를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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