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是非).
옭고그름의한자어이다.
그러나그보다는옭고그름을따지는다툼의뜻이더강하다.
사람들끼리부대껴가며살아가는세상이다.
사람은만물의영장이라는데,모두들그렇게생각하고살아간다.
모두들자기가최고이고잘난줄안다.
남들이볼적엔최하같은데도그렇다.
‘최고’와’최하’들이부딪칠수밖에없지않은가.
상향평준화,혹은하향평준화는없다.
그러니살아가면서시비가일어나지않을수없다.
시비는자기가직접당하는것이있고,
또지켜보는시비가있다.
싸움구경만큼재미나는게없다고들하지만,
황당하기는마찬가지다.
시비는도처,하시에나온다.
이번고향가는길에서도예외는아니다.
열차안,그것도KTX차안에서다.
출발을앞두고어떤중년여자가코트깃을세운채,
팔로앞을감싸는듯한포즈로가더니앞자리에다소곳이앉았다.
좀있으니또어떤젊은여자-이상한덮개모자를쓴-가
그자리로간다.창가쪽의좌석이었던모양이다.
그런데그젊은여자,
자기좌석으로들어가려다멈춰서고는중년여자에게뭐라뭐라한다.
가까이에있었기에다들린다.
내용인즉슨중년아주머니가개를품에안고탔던것이고,
젊은그여자가그걸따지는것이었다.
그런데젊은여자의따지는태도가좀방자하다.
아주머니,개를갖고타셨군요.개갖고타면위반인줄모르세요.
거두절미하고대뜸그런말을던지고는불쾌한인상을지은것이다.
중년아주머니도만만찮다.젊은여자의태도가기분나빴던모양이다.
아니,개를갖고탈수있는데,젊은여자가너무하네.시비거는것도아니고.
그렇게시작된두여자간의시비.
목소리들이높아져가니다른승객들도무슨일인가고지켜보고.
젊은여자는무슨회교원리주의자같다.
따지는폼도그렇고조목조목들이대는나름의주장도그렇다.
개를갖고열차에타면안된다.그러니자리에서나가라는것.
아줌마도지지않는다.
개상자(케이지)를갖고타면된다.그것도있다.
그런데개가아프다.그래서품에안았다.그러면안되는가.
젊은여자가왜그리인정머리가없냐.
따지고말하는폼에서젊은여자가좀밀리는것같다.
어느순간부터"아줌마,여기는제자리거든요",
이말만반복한다.앵무새같이.
결국승무원이오가면서그아줌마가그자리에서일어나
곁의빈좌석으로가는것으로마무리되기는됐다.
젊은여자는혼자편안하게앉아간다.
그여자의MP3이어폰에서나오는음악은소음같다.
뒤에서듣기에도시끄러울정도다.
그러나나는시비걸지않았다.
마산남성동에좀오래된술집이있다.
주인아줌마도낯이익어고향가면간혹들린다.
선배와앉아맥주를마시고있었다.
선배는술이좀취해있었다.횡설수설이다.
출입문앞에앉았는데,누군가빼쪽이문을열고들어온다.
우리또래쯤됐을까.어디서본얼굴인데,잘모르겠다.
고향이니어디낮익은얼굴이한둘인가.
잠시바라보다시선을바꿨다.그게화근이었다.
자기를모르느냐는투로말을건다.술이꽤취했다.
모른다고했다.그러면왜그렇게쳐다보냐는것이다.
혹시나해서그렇다고했더니,그때부터본격적으로’작업’이다.
어디학교를나오지않았는냐.무슨동에서살지않았느냐.
아니다.모른다고해도끝이없다.
할일없어보이는그양반에겐좋은모이감이된것이다.
결국주인아줌마가그양반을다독거려
좀떨어진테이블로데려가면서마무리는됐다.
그러나이번엔마주앉은선배의언행이좀이상해보였다.
서둘러그집을나왔다.
(12월28일,마산에는아침일찍부터비가내렸습니다.숙소인리베라호텔에서바라다뵈는비오는마산거리,그리고마산앞바다의고즈녁한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