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메기, 혹은 곰치탕

부산에사는매제가있다.

부산토박이인데,생선회에관해서는부산말로’빠꿈이’다.

십여년전인가,부산근무할때그매제집에있었다.

가끔시내서만나같이들어가고했는데,

어떨때나의의사와관계없이들르는데가있었다.

집이송도였는데,도심을벗어난어디쯤인가에있는횟집이다.

매제는차를몰고그횟집앞에도착해도내리질않고뭔가를살핀다.

횟집앞에있는수족관을들여다보다뭔가있으면들어가는것이었다.

매제가그횟집수족관에서찾는생선이바로물메기다.

나도바닷가출신이라생선에대해서는좀알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물메기가뭔지는몰랐다.

물메기한마리값이그때만원이었던것으로기억난다.

그걸회로썰어같이먹었다.

과묵하면서표정이별로없는매제지만물메기가마침있고,

그걸회로먹을때면눈빛이달랐다.말도많아지고.

이거진짜맛있소.

이거는양식이절대없십니더.

모도자연산이지요.

자,소주한잔하고한점집어보소.

그때물메기그맛을알았다.

회로처음먹었으니물메기에대한첫기억도물메기회다.

그맛은정말부드럽고고소했다.

씹을것도없이그냥입안에서살살녹았다.

껍질과살이그만큼연해서인데,

부드러움이더해지는것은아무래도그고소한맛때문일것이다.

물메기는피부와살이그만큼연하다.그래서살아있는,

이른바생물물메기가아니면회로먹기가어렵다.

회를쳐좀뒀다먹으려면막걸리에담근다든가,

아니면냉동실에서살폿얼려먹어야그나마그맛을볼수있다.

그물메기를근자에몇번접하면서그맛에푹빠져들고있다.

마산에가면토박이들이잘가는오래된식당이있다.

남성동파출소왼쪽골목에있는’홍화식당’이다.

이집은제철생선으로된각종마산요리를맛나게하기로소문난집이다.

생선요리와함께마산식으로끓여주는소고기국이또한일품이다.

지난달,그곳을들렀다.

주인아주머니,반갑게맞으며"아이구,마츰잘오셨네"한다.

싱싱한생물물메기가방금들어왔다는것이다.

그걸로물메기탕을해주겠다는것이다.가타부타토를달필요가없다.

물메기탕이나오기전에무어없소이까했더니,

역시생물호래기가있단다.겨울철횟감으로그만한게또있을까.

매콤새콤한초장에호래기한두어마리를푹찍어한입에넣는다.

입안이난리다.사각사각,오독오독씹히면서도포만감을주는맛.

초장과함께어우러지니말그대로착착달라붙는맛이다.

소주와호래기회로한잔을걸치고나니나오는게바로물메기탕이다.

‘홍화식당’물메기탕은국물이대구탕처럼담백한이른바’지리’식이다.

따로들어가는것도별로없다.

파,무우에경상도말로’모재기'(모자반)라부르는해초류정도.

시원한국물맛이다.대구탕도좋고아구탕도좋다.다좋다.

물메기탕도결코빠지지않는다.안그래도부드러운살아니던가.

그게뼈가지와함께푹끓여지니흐물흐물한게,무슨연한젤리를삼키는맛이다.

‘홍화식당’을나오는데,아주머니가누구누구를얘기한다.서울에계시는대선배님이다.

그선배님이물메기탕먹으려올때가됐는데안온다고한다.

서울와서전화를드렸더니잠시말씀이없다.

아마도침삼키시느라그랬는지모르겠다.

마산’홍화식당’이자꾸눈에아른거리는이즈음인데,

서울에서도물메기탕을맛있게하는집을알았다.

경복궁역부근에있는식당인데,꽤나알려진곳이다.

마산’홍화식당’이남해식이라면,그집은동해식이다.

경북영덕이나강구쪽에서잡히는여러해산물을전문으로하는식당이다.

물메기지만동해쪽에서는그렇게부르지않는다.

곰치라고부른다.그래서물메기탕도그집에선곰치탕이다.

며칠전,독일에서한고등학교동창이왔다는소식을친구로부터들었다.

근데그동창이국물얼큰한그무엇을찾는다는것.

그럼물메기탕만한게있을까.

그래서간곳이그집이다.

지난12월초에한번들러그집물메기탕을먹은기억이난것이다.

그때는솔직히그저그랬다.무슨얘기를들으려어르신들을모셔갔기때문에

음식에관해신경을덜기우린탓도있을것이다.

물메기탕에앞서소주한잔하자.

세꼬시회가메뉴에있었다.그저그렇겠지하고시켰다.

그런데이집세꼬시회는좀특히했다.가지수가세가지나됐다.

두가지는알겠는데,하나는잘모르겠다.물어보니물가자미(미주구리)라는것이다.

이세꼬시맛이특이하면서맛이좋았다.그게좋으면다른생선들도맛있어지는것이다.

호감이간것은회가무척싱싱하다는것.그에곁들여진각종채소도싱싱하고.

회를많이먹었기에물메기탕은일인분만시켰다.

다른집과달리일인분도아주친절하게갖다준다.

이집물메기탕은마산의그것과는달리매운탕식이다.

둘간의차이는하나가시원하다면하나는얼큰하다는것이다.

표현상그렇지기실두맛은결국하나로통하는것이지만.

얼큰하고좋았다.친구하나가일인분나눠먹기가뭐하다며

밥두그릇을물메기탕에넣어버렸다.말아먹자는것이다.

종업원이그걸보더니국물을더갖다준다.

그걸로세명이저녁삼아먹었다.아,그런데참묘한맛이났다.

뭐랄까,어릴때고향에서많이먹던김치밥국같은맛이나는것이었다.

한친구가그말을하길래먹어보니정말그랬다.

그집을나오면서우리들은주인아주머니와하이파이브를했다.

맛있습니다.맛있습니다.다시오겠습니다.

그저께다시그집엘갔다.

지난번과같이시켜먹었다.

세꼬시대짜한접시.

그러나물메기탕은2인분을시켰다.

아무래도일인분으로는싸울것같았기때문이다.

먹고나오면서이번에는주인아주머니와하이파이브를하지않았다.

이미단골이되어있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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