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기자와더불어한사람이더생각난다.만평을그리던申모화백이다.
그사람도고약한암에걸려고생타가근래회복해신문사로복귀했다.
이분은예전에같은신문사에있었기에소식을좀안다.
신문만평은기사와는달리각종사회현안을,
시니컬한그림한장에담아내야하는촌철살인의의미를지닌,
신문의한예민한소스이다.
신화백은조선만평을맡으면서스트레스가무척심했다.
민감한시국현안의소용돌이속에그와그의만평에대한각종형태의해꼬지가격렬했다.
휴대전화바꾸기를밥먹듯했다.술,담배에절수밖에없었다.
그러다덜컥암에걸렸다.
이들의생환을축하한다.
2년4개월만에돌아온직장,늘웃고행복을말합니다
갑작스러운혈변(血便)대장암3기라했다
죽음이란단어가내눈앞에다가왔다
식이요법·명상투병이아니라’건강지키기’라생각했다
많이웃고즐겁게산다
제지갑안에는특별한’증’이하나있습니다.등록번호010812××××,유효기간2008년9월6일~2013년9월5일.암환자임을보여주는’중증환자등록증명’입니다.이증만있으면암관련진료비등을5%만내도됩니다.유효기간이딱5년인데,최초암진단후5년이내에재발·전이가없으면암이완치됐다고판정하기때문입니다.
다행히지금제몸에서는암세포가보이지않습니다.2008년대장암수술을받은후부터줄곧그랬고,한달전검사때도확인했습니다.하지만저는앞으로2년7개월을더’암환자’로살아야합니다.2년4개월만에복귀한직장의동료와친구들이"다시는못볼줄알았다"며눈물을글썽거리며기뻐해주었습니다.친척들도혹시나잘못될까봐안부인사도제대로못했다고합니다.그들에게도저는여전히암환자입니다.
오랜만에만나는사람들은많은질문을던집니다."다나은거야?""좋아졌지?""치료는어느병원에서받는데?"궁금해서,걱정스러워하는말들입니다.매번같은대답을하다보니저도지치지만,저를걱정해주는마음을생각하면그리짜증낼일은아닙니다.궁금증을풀어주기위해상세하게설명을해줍니다."대장,정확히는S결장에1.4×4.6㎝짜리암덩어리가있었다.폐와간에는전이되지않았지만림프절에조금번져있었다.15㎝를잘라내고항암치료를조금받았다.3기진단을받았지만,지금은멀쩡하다."대충이런내용입니다.다만"병원에서는의학적으로환자로보지만,나는그런생각안하고살고있다"는말은빠트리지않습니다.
사실저스스로는암투병중이라는사실을잊고지냅니다.하루도거르지않으려고노력하는식이요법과명상,이것은’투병’이아니라’건강지키기’라고생각합니다.투병이란단어는왠지우울하고비관적인느낌으로다가오기때문입니다.
그런데도죽음이란현실과맞닥뜨릴때튀어나오는본능은어쩔수없나봅니다.재작년에고(故)
▲ 이철원기자burbuck@chosun.com
2008년9월8일병원에서암통보를받았던날,머릿속이텅빈듯멍해졌습니다.갑작스러운혈변으로병원에가서검사를받은지사흘만의일이었습니다."전이가없으니나을수있다"는의사의희망적인말은귀에들어오지도않았습니다.아무생각없이반나절이흘렀습니다.불과몇시간전만해도나와는전혀상관없을것같았던죽음이란단어가내눈앞에닥쳐왔음을실감했습니다.가족과의이별을떠올리게된것은하얗게밤을새우고난다음날아침이었습니다.
암수술을받고난뒤명상과기도를통해간신히마음을추슬렀습니다.그러나몸한구석에서작은통증이느껴지고화장실에자주가는일이생기면불길한느낌에사로잡히곤했습니다.가족들에게,저자신에게짜증내는일도잦아졌습니다.
그럴즈음내게힘이되어준것은암투병중인
수녀님의글은내게희망이었습니다.거짓말처럼그순간저의삶은달라졌습니다.저는낫게해달라는청원기도보다는오늘도저와제가족을편히잠들게해주셔서감사하다고기도합니다.많이웃습니다.밥안먹던둘째딸이맛있게밥한그릇을뚝딱먹어치우면환하게웃으며기뻐했고,집앞공원에벚꽃이흐드러지게피면손뼉을치며탄성을질렀습니다.마음이평화로워지니몸도살아났습니다.매일스스로를치유하는소리가들리는듯했습니다.암과맞설수있는힘을나타내는백혈구와림프구수치가안정권에들어가기시작한것도그무렵이었습니다.
암투병하면고통,우울,죽음이란단어를떠올립니다.하지만암과싸워이긴사람들은희망과사랑,행복을더자주말합니다.삶의끈을꼭붙들기위한본능입니다.회사동료들은"스트레스받지말고일하라"고격려하곤합니다.그러나일을마치고집으로돌아갈때쯤이면눈도시리고몸은무겁습니다.그럴때면나는동료들에게"수고하셨습니다"하고큰소리로인사를합니다.그한마디에피로가절로풀립니다.새벽마다집앞성당에갑니다.미사시간중에"오늘도많이웃게해달라"고기도합니다.암과함께행복하게살아가기를다짐하는시간입니다.
홍헌표기자가쓰는’암환자로행복하게살기’를월1회연재합니다.홍기자는올해46세로사회부,스포츠부에서일했습니다.스포츠부근무중2008년9월대장암3기진단을받았습니다.2년4개월간식이요법,명상등으로암을극복하고지난달기자로복귀했습니다.홍기자의암극복기가암환자와가족들에게용기와희망을주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