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쓰럽다

봐라,이거는철이환갑때쓸끼고.

어머니가명절음식을거들면서생선몇마리를따로챙겨놓는다.

환갑은무슨환갑,그냥놔뚜이소.

뭐라캐쌓노.아무리니가그래도환갑은환갑인기라.

챙기줄때챙기묵거라.

양력으로해가바뀔때도그랬다.

니올해환갑이제.아이구우짜다가그래됐노.

전화를통해들려오는어머니의목소리에안타까움이담겨있다.

그안타까움은이렇게타이르는것같다.

아이고철아,

인자정신좀차리라.술도좀작작묵고.집도좀챙기고.

엊저녁늦은귀가길,낮술과밤술에젖은고주망태.

어머니는기다리고있었다.

우째좀일찍들어오면밥이라도같이먹을요량이었는데,

내가그지경이니혀를끌끌차신다.

아이고,무신술을그렇게마시노.

나는들은둥만둥,방으로들어가대짜로뻗어버렸다.

아침,부시시한얼굴로마루로나가니아침들을먹고있다.

봐라,이리와이거한잔묵어라.

복분자병을들고어머니가잔을건넨다.

아이고,술은무슨술.죽겠십니더.

그래도한잔해봐라.그래야속이풀릴끼고.

그렇게술먹지말라면서도잔을건네는어머니다.

이를어떻게설명을해야할까.

환갑이다.

그러나나는아직도아이다.

강보에쌓여보채는늙은아이같다.

그래서쑥쓰럽다.

어머니만보면그렇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