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뭔가심상찮다.
5일산에서미끄러져뒤로자빠졌다.
승가사쪽으로내려오면서다.
미끄러질수있다.
날이풀리니얼어있던산길이녹으니그럴수있는것아닌가.
문제는미끄러지는그순간의기분이영게운치않다는것이다.
어,어하다가슬그머니미끄러져서는엉거주춤한상태에서
한4,5미터를그냥주저앉은채흙탕밭을내려가다
뒤로발랑넘어진것이다.
그찰라의기분이찜찜하다는것이다.
미끄러지면서기분좋을리가있겠는가.
그러나전에미끄러졌을때와는뭔가다른느낌의그것이었다.
흡사무슨나락으로떨어지는느낌.
그떨어지는모습이무슨슬로비디오마냥내가본다는느낌.
아,이렇게이렇게가는구나하는느낌.
내려오면서친구들에게는순발력이어떻고저떻고하면서
미끄러진창피감을캄풀라지한다고했지만,
내심영찜찜했다.
인사동에서전화.
인천선배가나들이를한것이다.
으스름한저녁무렵,허름한식당에자리를잡고마셨다.
이런얘기,저런얘기들.
죽림칠현(竹林七賢)이되자.선배는이말을수도없이했다.
죽림칠현?
세상을등지고대나무밭에들어가살자는얘기인가.
맥주집에서입가심을하고헤어졌다.
선배는인천가는1호선,나는3호선.
눈을뜨니한정거장지나친백석역.
그래도얼마나양호한가.암만.
역을나오니멀리집이보인다.집으로이어지는하얀길.
수도없이걸었던길,그러나왜이리생소해보이는가.
엠피쓰리에선계속나미의노래가나오고있었다.
언제부터계속나왔는지모르겠다.아마종로에서부터였던가.
투덜투덜걷는다.
길은외길,그런데뿌옇게보인다.앞거리가늠이잘안된다.
왜그럴까하고느끼는순간,나는길오른편어딘가로떨어지고있었다.
어,어하면서넘어지는데그모습이느린속도로보여지는것이다.
검은하늘에별이보였다.길옆개골창에반듯이누운내모습이또보인다.
무슨생각이있었을까.아무런생각이없었던것같기도한데,바람이었을까.
뭔가파노라마처럼뒷골을확스쳐지나간것같기도하고.
그상태로얼마를누워있었을까.
일어나야지하는생각을들게해준건나미의노래였다.
다시집으로가는길.
옷을털어야지하는데털수가없다.
그렇게집으로갔다.
내환갑날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