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2호선선릉역에서청담역으로가는길.

멍청하게서서가는데,

뭘파는사람의목소리가크게들린다.

광택을내는구두솔을파는장사꾼이다.

구두를색깔에관계없이반짝반짝닦아주는데

백번이상을사용할수있다는것.

게다가가죽영양제까지있어구두를보호해준다고한다.

구두뿐아니라핸드백이나소파도닦을수있다.

가격은2천원.

이런내용의소리를지르면서전철안을돌아다니며

승객들의구두를닦는다.싫든좋든무작위적으로무조건닦아준다.

서있는내앞에도왔다.

순간,어쩔까했다.

저런솔로닦아본,별로좋지않은기억이떠올랐기때문이다.

그러나이미나의구두에솔질이가해지고있었다.

여기저기서적잖은승객들이구입을하고있었다.

나는물론사질않았다.

선릉역에서청담역으로가려면두번갈아타야한다.

교대에서3호선터미널역으로,

다시거기서7호선청담역으로.

7호선을갈아타고다시멍청하게앉아가는데,

또다시그장사소리가들린다.

순간나의구두가눈에들어왔다.

솔질해줄적에반짝거리던구두의광택은이미사라지고없었다.

원래상태도아니다.광택은사라지고뭔가칙칙한느낌을주는상태다.

내그럴줄알았다.

그러나아무리그래도이럴수가있는가싶어

구두를바지가랭이로문질렀다.그래도마찬가지였다.

그러면그렇지내그럴줄알았다.

내구두만그런가.

빤질해지는효과는오래못간다.일정시간이지나면시들해져버린다.

구두광택솔장수는2호선에서들었던그소리를계속외치면서

전철안을돌아다닌다.

그리고앉아있건서있건구두만보였다하면그솔을문질러댄다.

이윽고내반대편자리까지와서는모녀로보이는승객의구두를닦아준다.

순식간에그모녀에게두개가팔려지고있었다.

어떻게할까.말을해야하나,말아야하나.그거엉터리라고.

내앞에올때까지만참자.내구두에손을대면그때하자.

그러나참요상했다.모녀에게서돌아서면내차례인데,

돌아서지않고는그냥가방쪽으로가고있었다.

찝질해진기분으로전철을내리려는데,

그솔을산어떤아줌마는그것으로가방을문때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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