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정류장에서버스를기다리고있는데,
고래고래지르는목소리가들린다.
어떤중년나이쯤의남자가휴대폰으로통화하는소리다.
야,그내말들어.
집날리고가족새끼들길바닥에나앉힐려고환장했어.
은행이어떤곳인데그것도모르고.
대충그런내용으로,
누군가에게무슨조언이라도하는것같은데,
목소리가너무크다.거기다액션까지곁들인다.
손을허공에내지르기도하고,발길질도한다.
말도크고내용도그닥좋은내용이아니니
사람들이뭔가고쳐다본다.그래도막무가내다.
한참을훈계조로고래고래소리지르더니,
어느순간쾌활하게웃으며맞장구를친다.목소리는여전히크고.
그래,그래내말들어.
내말대로만하면잘풀릴거야.
은행x들이어떤x놈들이야.
나는그xx들위에있는것잘알잖아.
버스가왔다.타려는데그양반도그버스다.
맨뒷자리에젊은여자두명이앉아있다.
그앞자리에앉았다.
그양반이타니그여자들이반긴다.서로아는모양이다.
차가출발하자뒤가또소란스럽다.
그양반이또떠들기시작하는것이다.
차타기전에하는내용과는영딴판의얘기들이다.
무슨체코어가어떻고영어가어떻고하는데말솜씨가청산유수다.
외국어에관해한참을얘기하더니,
어느샌가또무슨기업상생이어떻고저떻고한다.
너무시끄러워뒤를한번돌아봤더니본체만체다.
계속씨부려댄다.그여자들과는무슨모임을함께하는모양인것같다.
기업상생에서이번에는또청년실업문제,그리고는또이명박정부…
끝이없다.버스승객들이하나둘뒤를쳐다보기시작해도막무가내다.
나는머리뒤꼭대기에신경이간다.혹여’침탄환’이튀지않을까고.
적선동정류장에내리면서다시한번뒤를돌아다봤다.
나를힐끗한번쳐다보더니하는얘기를계속한다.
득의만만한표정이다.여자둘은아예그양반얘기에뼝간표정들이고.
근자에저렇게입담좋은양반처음봤다.
그런데저런경우입담이좋다고해야하나,
아니면언설(言舌)이좋다고해야하나,
아니면쓸데없는말많은잡설가라해야하나.
말많고목소리거치니多辯荒聲者가격에맞을것같다.
말잘하는,입담좋고센사람들이우리주위에많다.
그러나말잘하고목소리크다고설득력이있는것은아니다.
대개이런사람들은’말뿐’이다.행동과실천이따르지않는다.
오히려말없는실천과행동이더큰신뢰를얻는다.
‘웅변은은,침묵은금(speechissilver,silenceisgold)’란경구도그래서나왔을것이다.
‘말많은자말로망한다’는말도있지않은가.
‘화는입으로부터나온다(禍中口出)’는경구는더욱직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