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

봄이오니근질거리는모양이다.

마산서올라왔다면서낮술한잔하자고한다.

낮술은좀그렇고,이따저녁때봅시더.

해질무렵만났다.네명이다.선배둘,후배하나.

막걸리와소주,그리고꼼장어에귤보쌈한접시.

옛이야기들이나온다.

지금에서따져본들무슨의미가있을까하는것들.

그런류의얘기들이다.

나는지금생각해도억울타.

뭐가요?

니한테밥도둑맞은것.

밥도둑?

창신동하숙때일을또꺼낸다.

그때는왜그리배가고팠을까.

겸상을했는데,선배가잠시한눈파는사이

내가선배밥을한숟갈가득퍼먹었다는것이다.

글쎄,그런일을어찌기억할수있을까.

선배는그게영원히잊을수없는모양이다.

문디코꾸멍에마늘빼묵을녀석운운한다.

술판이쉽게끝날리가없다.

후배만빠지고셋이서파주로날랐다.

형수는대구가고없으니우리들뿐이다.

뭘로안주를했는지잘모르겠다.

아침에보니식탁에간밤의잔해와파편들이즐비하다.

술병하나가눈에들어온다.땅땅하고앙증맞은유리병이다.

선배가아침을차리는사이수작을걸었다.해장합시다.

결국그술병에몇차례소주가부어지고또그걸따라마시고.

선배는열차를타겠다고했다.

경의선을타고나오면된다.집근처까지오니선배나나나또망설인다.

내,그냥가까,마까.

알아서하소.

선배는두말없이나를따라내린다.

논길을걸어가는데참한갖지다.맑고청명한봄날이다.

논물졸졸흐르는소리.새들지저귀는소리.

동네순대국밥집,훤한대낮에들어갔다어둑해서나왔다.

선배는술집앞정류소에서버스를탔다.

한숨푹자소.그라모마산일낍니더.

집으로걸어가는데걸음이휘청거리는느낌이다.

푸근한봄날의밤이다.

저들끼리반짝거리며잘노는하늘의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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