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졸고앉았는데강한인기척때문에번쩍졸음이가셨다.
그인기척은다름이아니라내앞을스치고지나가는비옷때문이었다.
비옷을팔고있는외판원아저씨는한마디로좀요란스러웠다.
목소리도크고행동거지도크다.여간노련한솜씨가아니다.
그런데몇차례전철안을휘젖고다니는데도비옷이팔리지가않는다.
다시수례있는곳으로오더니비옷을휘감고는일장연설을한다.
제품이어떻고저떻고하는게귀에들어올리가없다.
뭔가끌어당기는멘트가있어야하는게아닌가.
그것을그양반은집고있었다.
"지금밖에는비가억수로오고있습니다.
여러분들이밖으로나가면우산을사야합니다.
우산하나에비싼것은몇만원합니다.
이비옷은5천원입니다.아주싸지요.그러니…"
사람들의표정,어라밖에비가와?그럼어떡하지.
귀가솔깃해지는것인가.
무엇보다밖에비가’억수로’오고있다는것,
그러면가장필요한게비옷아닌가.
몇몇사람들이관심을갖고사려는듯이보인다.
그순간,누군가큰소리로말했다.
"아저씨,밖에비안오는데요"
참얄궂다싶었다.그비옷팔아얼마남는다고고추가루를뿌려대는가.
사람들의심리는묘하다.그한마디에일순구매의사를접는듯한태도다.
장사아저씨가머쓱해졌다.
고추가루뿌린사람을보고는씩웃는다.
어째보기에서로아는처지인것같기도하고.
하기야전철을많이타고다니는사람들은장사치들과안면이없잖아있을수도있다.
고추가루뿌린사람에게하는듯한말.
"아이고아저씨,오늘내가잘못갖고나왔어요.
오후에비많이온다고해서비옷을갖고왔는데그게…"
그러더니끝말을흐리면서한말을보탠다.
"비가많이오는건아니고쪼깨는오고있습니다.쪼깨…"
그말에안웃을승객들이있을까.모두들웃고있었다.
장사아저씨도따라웃는다.장사고뭐고있나.이미장사는종쳤다.
"여러분,내일은아시지요.구두뒷굽입니다.
구두뒷굽내일갖고오겠습니다"
이한마디를남기고는차가정거장에멎자재빨리수례를끌고나가버린다.
선릉역에내려지상으로올라가는데,사람들이젖은모습이다.
밖에는비가’억수로’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