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그양반은’대위’다.
1975년당시계급그대로다.
적어도나에게있어선그렇다.
지금얼추60대중반쯤됐을것이다.
1975년파주광탄1사단사령부통신중대.
김대위는보급관,나는행정서기병이었다.
계급,軍的관계를떠나둘은참친했다.
김대위는그때미혼이었다.
광탄신산리민가에하숙을하고있었는데,
일과시간이끝나는저녁이면나는으례김대위와같이’퇴근’하곤했다.
가끔둘이서자전거를타고자유의다리까지갖다오곤했다.
김대위은하숙집에서이른바’私製밤’도많이얻어먹었다.
내가제대하기전김대위는전출을갔다.강원도화천으로.
몇차례편지를주고받은기억이있는데,
하여튼그후로헤어지게됐다.
1976년4학년복학을하고,
취직공부를나름열심히하고있었다.
생전처음이다.공부그렇게열심히해보기는.
어느날인가,흑석동동네목욕탕에서목욕을하고집으로가고있었다.
멀찍이뒤에서누가부른다.어이,어이.
누군가싶어뒤돌아봤더니어떤군인이다.
손을흔들며다가오고있는데,어라,이게누구인가.
김대위였다.참극적인재회였다.
어떻게된노릇인가.
강원도화천에서휴가를나왔다고했다.
내가다니는학교와과를알고있었기때문에
학교에가서문의를한후하숙집부근을서성이고있었다는것.
학생이라돈이있을리없다.
하숙집에서겨우3천원을빌렸다.
군인아닌가.민간인인내가당연히써야된다고생각했다.
생맥주집에가서몇잔들마시고나니돈이떨어졌다.
아무래도안되겠다싶어취직한후배에게연락을했다.
그랬더니신촌의어떤일식집을알으켜주며그곳에서먹고마시라고한다.
후배말대로신촌그집에서또마셨느데,아무래도돈이없으니신이나질않는다.
결국마음편하게먹을수있는신촌시장안의순대국밥집엘가서외상으로소주를마셨다.
그리고솔직하게얘길했다.
학생이라돈이없다.모처럼만났는데대접이시원찮아미안하다.
그런말을하는내모습을물끄러미바라보던김대위,
갑자기뒷호주머니에서뭔가를꺼낸다.무슨두툼한봉투다.
손에든그봉투를테이블위에세게내려놓으면서하는말.
"돈없다고그러냐.니답지않게."
봉투안에는돈이들어있었다.한백만원은됐을것이다.
나하고만날날을기다리며돈을모았다는것이다.
그돈을오늘밤다써자고했다.어떻게써나,그돈을.
둘이는신촌’대야성여관’에방을하나잡았다.그리고맥주한박스를주문했다.
그리고밤새마셨다.엉망으로취해노래도부르고하면서재회의기쁨을만끽했다.
다음날아침.
귀대하기전나하고함께갈곳이있다고했다.
어디냐고했더니책방이라고한다.
부대에서읽을책을사려는가싶었다.
이화여대입구에책방이있었다.
책방으로들어서자마자나에게명령하듯말한다.
어이김상병,여기서니가필요한책을골라봐라.
김대위는나에게책을사주고싶었던것이다.
순간할말을잃었다.이런경우가있나싶었다.
전공서적외에여러권의책을골랐더니더골라라고난리다.
한10여권됐을것이다.
김대위는그책들마다일일이자기사인을했다.
그리고헤어졌다.
그후김대위의소식을듣지못했다.
형님집이이문동에있었던기억을되살려찾아갔더니이사를가도없었다.
김대위는3군사관학교를졸업했고고향은전북김제인걸로알고있다.
3군사관학교에문의를해보곤했는데,찾지못했다.
김대위를꼭찾아만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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