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도넘었다.
이화대학정문에서오른쪽,
그러니까신촌기차역으로가는길
왼편에있던양장점이생각난다.
양장점이란말이지금듣기론좀생소하지만,
1970년대초당시만해도굉장히시대에앞선물건을파는가계였다.
그러나파는품목은단순했다.
여자들이좋아하는,유행을타는옷가지들이었다.
이선배가당시양품점가계주인이었을것이다.
아니면그부인이주인이었을까.
하여튼몇번들락거린적이있다.
신촌쪽에서술마시다통행금지에쫓기면갈곳이없다.
여관에가려면돈도없고해서안면불사하고’쳐들어간’곳이이선배가계였다.
당시이선배에대한기억은별로없다.그저마산사람이고고등학교선배였다는것,
그리고고교시절에’학원문학상’을탔고홍익대미대를나왔다는것정도다.
몇십년이흘러2000년대중반쯤이었을까.
중앙일보국장하셨던선배분이어느날이런귀띔을준다.
야,그너거마산사람중에이머시기라고있지않나.
그양반이평창동에와인집을차렸다던데한번가보자.
그와인집이름이’마리안느’였다.
밤이이슥해졌다.그선배와구기동’올까말까’에서소주잔을주고받다가
그와인집으로갔다.중앙일보그선배는기고만장했다.내가그친구를좀알지하면서.
그러나우리는그가계에서무참해졌다.
종업원더러우리가왔다고기별을넣었는데,
돌아온대답인즉,
너무늦었다.그리고잘알지못한다는것이었다.
문전박대가아니고무엇인가.
재작년연말에마산사람을위주로한행사를하나했다.
이제하선배가딱맞다싶었다.시도쓰고노래도부르고하니.
그러나일언지하에거절당했다.주선하느라뛰어다녔던선배분이좀불쾌해했다.
그무렵,이선배가통영명예시민이라는것을알았다.
작년에어떤노래가하나나왔다.
조영남이부른’모란동백’이란노래다.
들어보니좋았다.우리나이쯤의정서에듣고부르기좋은노래였다.
그노래를만든사람이이제하선배다.
조영남노래만듣다가,그선배가직접부른노래를들으니그맛또한괜찮다.
한가지까먹었다.
이선배는마산고등학교를다녔다.
고등학교다닐적에글솜씨가뛰어났다.
그래서’학원문학상’을탔다.
상을받은글이바로’청솔푸른그늘에앉아’라는시다.
서울에있는친구에게보내는편지형태의시였는데,
유아무개라는그서울친구분은몇해전에세상을떴다.
–청솔푸른그늘에앉아/이제하-
청솔푸른그늘에앉아
서울친구의편지를읽는다
보라빛노을을가슴에
안았다고해도좋아
혹은하얀햇빛깔린
어느도서관뒤뜰이라해도좋아
당신의깨끗한손을잡고
아늑한얘기가하고싶어
아니그냥
당신의그맑은눈을들여다보며
마구눈물을글썽이고싶어
아아밀물처럼
온몸을스며흐르는
피곤하고피곤한그리움이여
청솔푸른그늘에앉아
서울친구의편지를읽는다
1)
모란은벌써지고없는데먼산에뻐꾹이울면
상냥한얼굴모란아가씨꿈속에찾아오네
세상은바람불고고달파라나어느변방에
떠돌다떠돌다어느나무그늘에
고요히고요히잠든다해도…
또한번모란이필때까지나를잊지말아요
2)
동백은벌써지고없는데들녘에눈이내리면
상냥한얼굴동백아가씨꿈속에웃고오네
세상은바람불고덧없어라나어느바다에
떠돌다떠돌다어느모래벌에
외로이외로이잠든다해도…
또한번동백이필때까지나를잊지말아요
또한번모란이필때까지나를잊지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