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아버님 카메라

삼성동점심약속시간에좀늦었다.

선배두분과친구한명.

모종의일을도모키위한약속이다.

내가도착하기전친구가운을뗀모양이다.

선배표정이재미있다.생각이왔다갔다하는표정이랄까.

물었다.

형,어쩌시겠습니까.

선배는그냥쳐다만본다.

그러더니불쑥쇼핑백하나를건네준다.

야,이거지난번얘기하던아버지카메라다.니가져라.

아버지카메라?

아,그렇다.선배가공기업사장이었을무렵사무실에서들은얘기다.

그게벌써몇년전얘기다.선배는그약속을지킨것이다.

케이스를보니무슨카메라인지알겠다.

짜이스이콘(ZeissIkon)의수퍼이콘타(SuperIkonta)아닌가.

렌즈는테사(Tessar)80mmf.2.8의중형카메라.

말이나오지않는다.완전’장롱표카메라’아닌가.

언뜻보기에외관은깨끗하다.블랙에나멜이반짝반짝빛난다.

그러나장롱속에들어있은지가수십년이지났다고하니작동은뻑뻑할것이다.

아버지쓰시던것인데,아버지도늙으셨으니

이제이카메라도다른주인을찾아가야할것같다.

선배아버님은올해85세시다.내고등학교25년대선배시다.

아직도건강하시다.예전그좋던풍채는사라졌지만,

아직도주간일정을정해놓고생활하시는건강한분이시다.

형,이카메라비싼것인줄알고있습니까.

참희한한질문이다.

고마움을어떤형태로든표현해야하는게그런식의질문으로나온것이다.

얼만데?

예전엔거짓말좀보태서인사동기와집한채값이었지요.

지금은많이떨어졌지만,그래도컬렉터들이좋아하는카메라지요.

선배는그런나의말에도덤덤한표정이다.

아무리비싸도뭐하냐.나에겐필요가없는물건인데.

이사갈때마다걸리적거리기도하고…

카메라가나오면서자리가좀이상해졌다.

주객이전도됐다고나할까.

막걸리가몇병비워지면서다시본주제로돌아가기는갔지만.

이런일이있을수가있나.

버스를타고집으로오는데가슴이둥둥거린다.

몇번을만지작거린다.

어서빨리집에가서닦고조이고기름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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