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벗들이있습니다.
한벗은나보다한해아래인후배,
그리고또한벗은한해위인선배입니다.
국민학교와중학교동문이기도한
그들은이미40년지기이기도합니다.
이즈음후배는몹시바쁩니다.
본지가한스무날쯤된것같습니다.
선배는유유자적합니다.
파주인근에살면서텃밭도가꾸고합니다.
늦은아침을먹고는내가살고있는능곡쪽으로나옵니다.
서예공부하러나오는것이지요.
어제,선배와만났습니다.
울적한마음에어디하소연할곳도없는서글픈오후였습니다.
아내와함께인천에서오다가능곡중학교인근에내려달라고했습니다.
선배는글을쓰고있었습니다.
‘호태왕체’라는글씨였는데,광개토대왕의업적을기려중국지린省통거우에세워진
‘호태왕비(碑)’에쓰여져있는글씨체라고합니다.
아는체를좀했지요.왜그’來渡海波’란문구로유명한비아닙니까.
걱정을감추려고하니말이많아집디다.
지방쓸때항상잘안쓰지는글자가현(顯)자라고호들갑을떨었지요.
선배는나를부추겼습니다.같이좀배워보자.그러나그게쉽겠습니까.
형수가하는병원앞치킨집에앉아소주를마셨습니다.
우울한마음에소주가들어가니더울적해졌던것같습니다.
아마선배도좀이상하게생각했을겁니다.
아침에일어나보니치킨한박스가식탁에놓여있었습니다.
선배는항상먹을것을사주고합니다.아이들과아내를위한것이지요.
그러나먹을아내도아이도없습니다.치킨박스를보니마음이더아팠습니다.
후배는아마내가선배와술마신걸알면한마디할것입니다.
왜저만빼놓고마십니까.
우리는세명이항상같이만났습니다.
후배를빼고만났으니어제는좀별다른자리였습니다.
후배는나보다한살어리지만나보다훨씬어른같습니다.
남을배려하는마음이누구보다풍성하지요.
나를위한도움도많이베풀었지요.이루말할수없을정도로.
스무날전쯤만나또염치없는부탁을했습니다.
망설이고부담스러워하는표정이역력했습니다.
그래도며칠후성의가담긴답변을주었습니다.
이런고맙고다정한벗들인데도내가해줄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습니다.
항상미안한마음이고,그벗들을생각하면
나는정말쓸모없는존재라는생각이들지요.
-지난해9월인사동’이모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