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 氣
BY koyang4283 ON 9. 16, 2011
새벽잠이없어진지몇달된다.
잠,그것도선잠이한번깨면더들지않는데,
그무렵이대체적으로새벽서너시쯤이다.
오늘은설악산가는날이다.
엊저녁부터나름준비를했다.
버너를챙겨오라고해서겨울배낭을뒤져꺼내놓았고,
가스도새걸로준비했다.
양말과스카프는현관쪽에걸어다놓았다.
다른건별로준비할게없으니,
이제아침일즉몸만일으켜배낭만매고나가면된다.
출발시간은두어시간정도남았다.
눈은말똥말똥한채로이부자리속에서몸을뒤척인다.
몰려드는여러생각들.어떻게할까.무엇을해야하나.
그생각들중불현듯끼어든그무엇하나.
이지경의내가설악산을간다?그게말이되는가.
못갈것도없다.일은벌어진것이고할노릇은다했다.
이제그결과만기다리면되는데굳이못갈이유가있겠는가.
그래서진즉부터간다고했고다들그럴줄로믿고있을터였다.
그런데그게아니라는생각이드는것이다.
객쩍고턱없는짓이라는생각이구름처럼몰려드는것이다.
가봐야분위기망칠게뻔하기도하고.
네가지금정신이있느냐.
너에게씌워진이굴레가어떤것인지를아직도모르고있구나.
네가과연무얼했느냐,해놓은게무엇인가.
아직도너는멀었다.정신을덜차렸다.
그러니정신바짝차리거라.
설악산은무신설악산,
조신한자세로반성하고뉘우치고기도해라.
나는나의설악산계획을결국객쩍은짓거리인
객기로몰아가고있었다.
그렇게몰아가니친구들과의약속이들어설자리도없어져갔다.
총무에게못가겠다는문자를써놓고도한참을망설였다.
그러다결국보냈다.
여러사정상나는이번에도빠져야할것같다.
미안하다.잘들다녀오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