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 氣
새벽잠이없어진지몇달된다.

잠,그것도선잠이한번깨면더들지않는데,

그무렵이대체적으로새벽서너시쯤이다.

오늘은설악산가는날이다.

엊저녁부터나름준비를했다.

버너를챙겨오라고해서겨울배낭을뒤져꺼내놓았고,

가스도새걸로준비했다.

양말과스카프는현관쪽에걸어다놓았다.

다른건별로준비할게없으니,

이제아침일즉몸만일으켜배낭만매고나가면된다.

출발시간은두어시간정도남았다.

눈은말똥말똥한채로이부자리속에서몸을뒤척인다.

몰려드는여러생각들.어떻게할까.무엇을해야하나.

그생각들중불현듯끼어든그무엇하나.

이지경의내가설악산을간다?그게말이되는가.

못갈것도없다.일은벌어진것이고할노릇은다했다.

이제그결과만기다리면되는데굳이못갈이유가있겠는가.

그래서진즉부터간다고했고다들그럴줄로믿고있을터였다.

그런데그게아니라는생각이드는것이다.

객쩍고턱없는짓이라는생각이구름처럼몰려드는것이다.

가봐야분위기망칠게뻔하기도하고.

네가지금정신이있느냐.

너에게씌워진이굴레가어떤것인지를아직도모르고있구나.

네가과연무얼했느냐,해놓은게무엇인가.

아직도너는멀었다.정신을덜차렸다.

그러니정신바짝차리거라.

설악산은무신설악산,

조신한자세로반성하고뉘우치고기도해라.

나는나의설악산계획을결국객쩍은짓거리인

객기로몰아가고있었다.

그렇게몰아가니친구들과의약속이들어설자리도없어져갔다.

총무에게못가겠다는문자를써놓고도한참을망설였다.

그러다결국보냈다.

여러사정상나는이번에도빠져야할것같다.

미안하다.잘들다녀오기바란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