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원짜리 백반

사무실나가는날이면점심이항상어정쩡하다.

집에서좀늦게나가면그렇다.

사무실이있는선릉역에도착하면정오를넘긴시간이다.

그무렵사무실로가면점심을먹으러나가는사람들과대개마주친다.

같이가자고한다.안갈수도없고,같이가자니부담스럽다.

항상그사람들이점심값을내주기때문이다.

그래서선릉역에도착하면가볍게때울수있는점심거리를찾곤한다.

지하철역을빠져나와빵을사먹곤하는데,

오늘도역을빠져나가려는데역구내에있는식당하나를발견했다.

예전에는못본것같으니,근자에생긴모양이다.

주방까지를합쳐한열댓평될까,식당엔사람들이많았다.

흰종이에크게써붙인글씨.

‘백반3,500원’

별생각없이들어갔다가계산대앞에섰는데,나도모르게돈을내고있었다.

반찬들과국이담겨져있는식반들이차곡차곡쌓여있다.

그중하나를들고는곁에있는밥통으로가밥을담는다.

밥은잡곡밥인데자유배식이다.먹을만큼퍼담아도된다.

밥을담은식반을들고어정쩡하게서있는데,마땅한자리가없다.

겨우한자리를잡았다.식탁은좀지저분했다.

그러나이것저것따질겨를이없다.빨리자리를잡는게대수인것같다.

국은미역국,그리고세가지반찬이다.

조그만생선튀긴것한마리와브로콜리와

부추,열무를함께버무린것절이무침,그리고김치다.

주변을둘러보니모두들나와고만고만한모습들이다.

중년의아주머니들,그리고할아버지들이대부분이다.

할아버지들은혼자오신분들이많고,아주머니들은대개가동행이다.

미역국한술을떴더니먹을만하다.

한꺼번에많이해서그런지밥은좀풀풀날린다.그러나먹을만하다.

반찬들은그저그렇고.

3천5백원이란밥값을생각해본다.비싼것인가싼것인가.

요즘물가로보면밥한끼에그돈이면비싼것은아닐것이다.

그러나좀서글픈생각이든다.포퓰리즘이다뭐다하지만

무상급식이화두로대두되고있는세상에그래도3천5백원짜리치고는좀어설프다.

그런생각이드니밥을열심히맛있게먹어야겠다는생각이든다.

나만그렇지않다.주변을둘러보니모두들열심히맛있게먹고있다.

내테이블맞은편에젊은아가씨가혼자와목례를하고는앉는다.

근처어디사무실에근무하는타입의아가씨다.

앉자마자밥을맛있게먹는다.밥먹는폼이맏며느리깜이다.

그녀의식반이말끔히비워져간다.

그아가씨옆으로할아버지한분이앉았다.

검정가방을옆구리에매고있는데,지하철신문이가득하다.

앉자마자허겁지겁밥을드신다.꽤시장했던것같다.

나도식반을말끔히비웠다.반찬하나남기지않았다.

할아버지도나와거진같은시간에식사를끝냈다.

역시밥톨한알남기지않은말끔한식반.

잔반통에버릴게없었다.나도아가씨도할아버지도.

밥을먹고식당을나오는데,이상하게도어깨가거뜬해진다.

왜그럴까.

서민들간의동병상련(同病相憐)이어서인가.

퍼온사진입니다.값은역시3,500원짜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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