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산을올랐습니다.
국민대학에서대성문으로올라,
구기동으로내려온산행이었습니다.
친구들과함께올랐지만,
새삼스런생각이들었습니다.
내가정말산을오르고있는것인가.
내가이렇게산을올라도되는것인가.
혼란스러웠습니다.
산은여전히그대로인데,
나는그전의내가아니었습니다.
마음한구석은지칠대로지쳐사그라든상태입니다.
두발로걷고는있지만,뒤에서누가당기고있는걸음입니다.
친구들과얘기는주고받고있지만,생각은딴데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나오는산토도밍고수도사들의
기도문도건성으로듣고있었습니다.
대성문앞에다다랐을때,한줄기세찬바람이불었습니다.
시원했습니다.정신이번쩍들었습니다.
그런기분이계속이어졌으면했습니다.
그러나그때뿐이었습니다.
대성문을지나대남문가는길로접어드니다시오그라들며울적해졌습니다.
기도문은그레고리언찬트로나오고있었지만,
역시아무래도건성으로만듣고있었습니다.
대충5개월입니다.
그기간동안나는그렇게변해있었습니다.
쪼그라들대로쪼그라들었습니다.
어찌할도리가없었던절망의나날이었지요.
그런날들이지나갔습니다.
이렇듯북한산을오르고있으니이제다시희망이보이는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그러나아직도두렵습니다.
그래서나는시방도현재진행형이라고생각합니다.
산을산처럼대하면서그속에나를던져버리는
그런날이언제다시올까요.
구기동생맥주집은날씨탓인지을씨년스럽기짝이없었습니다.
맥주맛이날리가없지요.
한친구가소주를시키더니홀짝거리더군요.
몇날전같으면덩달아같이마셨을겁니다만,
그런생각이추호도나질않았습니다.
이제취하는것도지친것같습니다.
먼저제의를했습니다.
춥다.
맥주도찹다.
일찍집에가자.
오르내린다.
멍애를진채.
끝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