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아침,
제사를모신다.
어머니는말씀이많으시다.제사모실적엔항상그렇다.
이음식은저기에놓고,저음식은여기에놓고.
차례로술을올리고절을하고,
그리고메밥의뚜껑을열고숫가락을꼽고,다시절을올리고.
어머니는무릎이안좋으셔서꿇어앉을수가없다.
서서제사의모든걸관장하셨다.
탕국을물리고냉수를올려야한다.
집사람은이미쟁반에냉수를준비하고있었고나는국을들고있었다.
그순간,어머니가메밥의뚜껑을닫으려하신다.
웬일인가싶어,어,어무이그기아인데하다가어머니눈과마주쳤다.
어머니의얼굴에낭패감이묻어나고있었다.
아이고,내가와이라지.와이라는지모르겄다.
어머니는술올릴적에도헷갈려하셨다.
그바람에나도새로따른술을상에올리지도않고퇴주그릇에붇는황당한실수를하고.
음복상에앉았다.어머니는말씀이없다.그저생선을먹기좋게바르고계신다.
예전같으면음복주도몇잔하실분인데,정종이라면서입에대시지도않는다.
아이고,인자나도늙었다.생각도잘안나고,생각나도행동이잘안따라지고.
갈때가되긴됐나보다.빨리가야할텐데.
그런어머니에게자식으로서무슨말을해드려야하는지,
나이육십이넘어서도모르겠다.
지난추석이후처음뵙는어머닌데,그사이얼굴이좀안돼보인다.
팔십을벌써넘긴어머니다.날이갈수록늙은할머니의모습이돼간다.
마음은안타까운데,미련한자식은달리도리가없다.
아직도어머니의속을답답하게해드리고있지않은가.
답답한마음에안방에앉았는데,어머니가살며시들어오신다.
철아,내일모래가니생일아이가.얼마안되지만요것갖고맛있는거사무라.
오만원을손에지어주시고는절둑거리며방을나가신다.
아,그쓸쓸한뒷모습이라니.
나는따뜻한말한마디못건네고그저멍청히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