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조선일보.
평소즐겨읽는안대희교수의’가슴으로읽는한시’에
‘관악산꽃무더기’라는한시가실렸다.
관악산꽃무더기(冠峀花層·관수화층)
앞다퉈핀철쭉꽃위로躑躅花爭發(척촉화쟁발)
아침햇살내려쪼인다朝曦又照之(조희우조지)
온산가득붉은빛이라滿山紅一色(만산홍일색)
파란데가외려멋지다靑處也還奇(청처야환기)
제철만난산꽃은어여쁘게得意山花姸(득의산화연)
한무더기또한무더기꼭대기까지에둘렀다簇簇繞峨嵯(족족요아차)
봄이저물까걱정일랑아예말게나莫愁春已暮(막수춘이모)
단풍들면붉은빛이더퍼질테니霜葉紅更多(상엽홍갱다)
조선조실학자신경준의이시를풀이하는안교수의해석이재미있다.
계절과자연을노래한이시를정치적인관점에서풀이하고있는것이다.
시에언급되는붉고푸른빛깔을당파의색목(色目)으로보고,
봄날,관악산을뒤덮고있는붉은철쭉을권력을독점한특정당파의
전횡에견주고있다.그리고군데군데드러난푸른빛깔의산꽃을
특정세력에밀리고있는소수파로보면서,그런처지인신경준의연민이라는풀이다.
신경준의연민은또한절망적이다.붉은꽃은계절이바뀌면달라질것이지만,
오히려가을,단풍이들면붉은색깔은더기승을부릴것이기때문이다.
안교수의시해설을보면서문득오버랩되는생각.
우리나라의작금의현실을이시한편으로대변하고있는게아닌가하는것이다.
우리사회의좌경화는이제보편적인것이다.
좌경화는이미그도를넘어서나라의체제까지위협받고있는형국이다.
좌파,좌경화라는말은얌전한수준이다.
종북(從北)주의,종북파라는말도생경한것이아니고,
그런말을듣는무리들도아랑곳하지않고오히려떳떳하게활보하고있다.
이옛한시에서나오는,관악산을뒤덮고있는붉은철쭉이이런우리사회의
종북화를상징적으로나타내주고있는느낌이드는것이다.
안교수도사색당파의색목으로이시의붉은꽃,푸른꽃을풀이하고있지만,
실제로우리나라의종북화를지적하고싶었던것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