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동떨어진내용의영화가간혹있다.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NoCountryforOldMen)"
이영화도-적어도나의관점에서는-그중의하나였다.
나이가나이인만큼,제목으로서느껴지는어떤동병상련때문에영화를봤는데,보면서도
그리고보고난후에도내가뭘봤는지모를정도로내용이제목과는상관이없는영화였다.
그러나보고난후얼마간의시간이지나면서뭔가어렴풋이느껴지는게있었다.
‘노인’이그때슬그머니나타난것이다.
영화는검은돈200만불을놓고벌이는죽음의향연이메인스토리다.
그가운데등장하는늙은보안관은살인자가있으니반드시따라붙어야하는역할이었지만,
이영화에서는그저들러리같은존재로느껴지는캐릭터이다.
허지만개인적으로,영화는하고싶은메시지를기실
이노인보안관을통해전하고있다는것이느껴진것이다.
보안관은늙었다.은퇴가얼마남지않았다.
노인보안관은살아온만큼의순리를내세우고그순리를따르며산다..
그러나살륙현장을접하며살인자를쫓는늙은보안관의삶은더이상순리적인게아니다.
이유없이사람을죽이고,이유의필요성마저중요치않는,
그래서더힘들고말도안되는상황속을서성대는자신을발견한것이다.
영화속그의피곤한표정에서독백이읽혀진다.
그래서"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인가.
어쩌다다시일을잡고출근한지좀된다.
입사하는데우여곡절이많았다.나이도그렇고직책도그렇고.
이런저런과정,그리고또어떻게어떻게조정을해서어정쩡한타이틀을꿰찼다.
어쨌든의욕도있었고자신도있었고나름대로의결심도다졌다.
그러나하루이틀이지나면서그게아니었구나하는생각이든다.
회사에서내가할일은많다.평생을해온일이그짓이고보니숙련도나능률도높았다.
처음에는그런호평들이주변에서나왔다.할만했고살만했다.
그저그만큼만하면되리라는안착감이있었다.
그러나시간이흐르면서이상하게도스스로초조해져가는모습을느낀다.
오로지일로써자신을드러내야하는데한계를느끼고있기때문이다.
회사는나를조직시스템의일원,말하자면직원으로보지않는다.
그저나이많이먹은’일꾼’정도로여길뿐이다.
그들이필요로하는건오로지’일’이다.그들은나를’일’로여길뿐이다.
일이없고,일을못하면나는퇴출될것이다.
그러니나는하루하루를무슨일을할것인가에대한구상으로보낸다.
주변에서는어떻게든살아남아야한다고들한다.나도그렇게생각은한다.
해서슬금슬금눈치도본다.높은사람에게는마음에없는아양도떨고.
다른직원들과도교류해야한다.그러나내가그런다고별로통하지도않는다.
자포자기가약이다.젊은그들과할얘기가뭐가있겠는가.
불과몇년전만하더라도나는이러지않았다.
웬간한것은일과술로받아치고넘겼다.나름대로순리를앞세운논리가있었다.
지금그논리를내세웠다간미친놈소릴들을것이뻔하다.
알콜중독자라는부수적인별칭과함께.
상황이이러니처지가말이아니다.주눅들린몰골로혼자있는시간이많다.
불만과스트레스를혼자서녹일수밖에없다.
결국나도늙었고,영화속보안관처럼노인의처지로시간의무게를버거워하고있다.
그래도나는’노인을위한나라’를다시찾아헤매고있는중인지모르겠다.
지금하고있는짓거리도그런발버둥의일환일수도있다.
그게어딘가에는있을것이라는희망을부여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