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촌통의동,그인근경복궁의한대문인‘영추문’맞은편골목에,딱그동네분위기와어울리는사진전시실이있다.작고소박한,그러나사진사랑이물씬풍겨나는전시실이다.여기에서지난17일부터열리고있는사진전이예사롭지않다.프로사진가가아닌,사회과학을가르치는현직대학교수의사진전이라는게그렇고,특히사진들이그렇다.‘낯선일상’이란사진전의타이틀이이를대변한다.‘일상’이면뭔가모르게익숙함같은게배여있는말인데,그앞에‘낯선’이란형용어가붙었다.역설적인매칭이아닌가.단도직입적으로물었다.왜‘낯선일상’인가?“사회적구조속에소외된인간의모습이그러한것이고,그런것을사진을통해나타내려했다”는간단하고명료한답이돌아왔다.
버스정류장에서버스를타기위해걸어가는여자,눈오는날우산을쓴퇴근길의남자,철로변에서서열차를기다리는플랫폼의사람들,공원에서운동을하는남자,골목길에서아이들이뛰어노는모습과무관하게걸어가는남자….김교수의사진들은이런모습들을담담하게담고있다.언뜻보면아주평범한일상의풍경들로보인다.그런데,김교수의사진들에서이런일상적인모습들은역설적이게도‘일상적’이지않게보인다.어딘지모르게낯이설다.일상적이지않고오히려생경한모습들로다가오는것이다.
어눌한투의김교수의말이이어진다.“사진속의인간은이런모습이다.이사람이왜여기에와있지.지나치고다시봤는데,아니이사람이여기서뭘하는건지라는반문과함께낯설게느껴지는….”‘낯선일상’이라는타이틀에가장들어맞는,이번에전시된사진들중대표작으로꼽혀지는사진‘#01’을얘기하고있는것이다.이사진이주는의미는보는느낌으로알수있지만김교수의설명을들으면좀난해해진다.사진속의남자가김교수자신이라는것이다.사진을찍는자신이바로그남자속에들어가있다는것이다.
문학평론가로같은학교에있는이남호교수는김교수의이런식사진을두고‘소외의뷰파인더’라는표현을썼다.“우리의평범한일상이거대하고억압적인세계속에갇혀있다는사실을자주환기시켜준다.그런사진속에서세계는강하고거대하게표현되며인간은작고허약하게표현된다.그러나그인간들은자신이거대하고억압적인세계속에갇혀불안하고위태롭게존재하고있음을의식하고있지않다.그것을낯설게의식시켜주는것은사진속의인물이아니라작가의개성적뷰파인더”라고이교수는말한다.
‘#1’사진속남자가바로작가의개성적뷰파인더로서,인간의소외감을부각시켜주는‘도구’적역할을하고있다는말인가.이교수는“사진속인물은거대세계로부터소외돼있고,작가의뷰파인더는무심한인물로부터소외돼있다.이이중의소외가김승현의사진을일상의낯선진실에대한하나의증언이되게만드는것같다”며김교수사진의의미를부각시키고있다.
이런의미에서김교수사진의주제는‘인간’,더구체적으로는‘인물’이다.“특히사회과학을전공하고가르치고있는입장에서사람과사회와의관계를표현하고자하는것이다.말하자면인간들이사회속에서흔적을남긴인간의얼굴들,사회구조속에찌그러져있는모습들을그대로보여주는사진작업을앞으로도계속해나가겠다”는말에서그런의지가읽혀진다.
김교수의사진에대한관심은그연조가깊다.미국유학시절,처음사진을접한후모교인고려대에서저널리즘을가르치면서‘보도사진론’을강의하기도했다.라이카카메라동호인모임인‘라이카클럽’에들어가면서,그의표현을빌리자면‘사진하기’에몰두해오고있다.사진그자체는물론이고사진기의종류와렌즈의비교,필름에대한토론,출사지의선택,기후에따른사진의변화와노출상태,함께출사하는사람들과의교감상태등사진을만들기위한모든행위들을포함하는게김교수의‘사진하기’이다.
김교수의사진은당연히아날로그的이다.필름에다필름카메라로찍는다는게그렇고,흑백사진에집착한다는게그렇다.이에대한그의생각은다소복고적이다.“아버지세대가한것이니까,보고따라하면서옛날로돌아가는느낌도있고….”기계와인간의결합에있어인간의포숀(portion)을우선하는게좋다는것도김교수사진의아날로그的분위기를더하는한요소가될것이다.“기계에의해자동으로결정되는것은싫다.내가관여해서주도하고조정함으로써얻어지는결과물이더좋고애착이간다.이런점에서나의‘사진하기’는그맥을같이하고있다.어쨌든나는디지털카메라안쓰려고발버둥친다.”
이번사진전은김교수로서는첫번째사진전이다.이번사진전을위해김교수는자신이찍은그동안의사진을추려내느라애를썼다.2개월에걸쳐1만2천장에서100장을추리고,다시30장을가려낸게이번전시에걸린사진들이다.후배인<한겨레>곽윤섭기자의도움이컸다.김교수의‘사진하기’는계속될것이고,이에는당연히다음전시회가포함될것이다.전시회준비하는과정에서후배가100장을별도로추려냈는데,그게다음전시회사진의한축이될것이라고김교수는넌지시시사한다.
고려대신문방송학과71학번인김교수는1986년미국미조리대학에서언론학박사를했다.한국으로와경북대교수를역임한후1989년부터현재까지고려대미디어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김영철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