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이상적인문화국가를꿈꿨다.여기에자주성을보탠다.그리고그꿈을현실로승화시켰다.이의바탕은예(禮)와악(樂)이다.“禮記”에적혀있듯,“樂이란천지의조화이며,禮란천지의질서이다.고로선왕이禮樂을제정하심은사람이지켜야할도가바른데로돌아가도록하기위해서다.”그러므로禮와樂,통칭禮樂은세종조문화정책의근간이자통치철학의척도이기도했다.
세종이‘조선이자주적인문화국가임’을선포한중요한자리가있다.즉위15년째인1433년정월초하룻날인정조(正朝)에주재한‘회례연’이그것이다.‘회례연’은1년에두번,설날과동짓날에임금이궁중에서신하들과더불어정과뜻을나누는전통적인연회이다.태조때부터이어져온‘회례연’가운데,유독이날의그것이그런의미로부각되는것은이날연회가세종이10년에걸쳐조선의독창적인지혜와기술로이뤄낸음악적연구와실험의성과가만방에발표됐기때문이다.중국의영향을벗어나雅樂의정비를독자적으로이뤄낸조선의정치적·문화적역량이과시된날이기도하다.
이1433년의‘세종조회례연’이579년만에다시옛날그자리인경복궁근정전에서재현됐다(5월12~13일).세종이세월을거슬러孟사성,鄭인지등만조백관과함께다시납신것이다.200여명에이르는악공과춤을추는무동130여명등총400여명의출연자는세종실록과‘악학궤범’에나와있는규모를바탕으로철저한고증을거쳤다.편경,편종등당시새롭게제작된악기들도고증을거쳐연주됐다.
‘세종조회례연’은이런점에서그역사성이돋보이지만,그렇다고단순히옛것의복원만은아니다.‘복원을통한창작’이란것인데,단서가붙는다.‘철저한고증’이그것이다.
“100%복원이란불가능하기때문이지요.그래서세종이고려를거쳐조선에내려오던아악을왜정비하려고했고,정비한실체는무엇인가를철저한고증을거쳐오늘의관객이세종의입장에서이해할수있게창작했습니다.”
연출을맡은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의말이다.김교수는이와함께‘現在化’를강조한다.복원을통한창조의개념에‘회례연’의모든공연요소를담아오늘의문화적활동에대입시켜활용해보자는것이다.이런관점에서보면세종이‘회례연’을통해추구하고자했던뜻,그리고오늘의재현의의미가보다구체적으로읽혀지는느낌이다.아악,당악,향악이함께어우러지는가운데다채로운정재(춤)와악기,의물,복식등다양한공연요소를통해조선당대의문화역량을총결집시켜독자적이고도창조적인조선의문화적성향을드러내려는의도가있는것이다.
김교수는2008년첫‘회례연’연출을맡는다.이후2009년과2010년3년간에걸쳐공연을이뤄냈는데,당시는서울서초동국립국악원에있는‘예악당’에서공연을가졌다.세차례의공연,그리고더욱철저한고증을통해연구성과들이모여지자고궁에서공연을하자는제안이나왔고,이에작년에경복궁근정전을장소로한첫야외공연이있었다.
579년만의재현,5월12~13일경복궁근정전에서열린’세종조회례연’ |
“그러니까올해가근정전공연으로는두번째이지요.올해공연이그전것들과다른점이있습니다.세종이신하들과새로만든악기나복식등을들여다보고견해를나누는‘경연’을빼고오로지조선문화의핵심이랄수있는정악(음악)과정재(춤)만을공연한것”이라는게김교수의설명이다.
세종을얘기하면서그의‘애민사상’을빼놓을수가있을까.분명‘회례연’에서도그게표출됐을것이다.김교수는이런얘기로세종의‘애민사상’을부각시킨다.
“세종실록을보면서세종은사람‘인’쪽에다가서고자했음을많이느낍니다.즉조선건국의기틀을다진태조이성계를하늘‘천’이라고하고태종을땅‘지’라고할때그가운데사람‘인’으로세종이들어가는것이지요.이를바탕으로세종은사람중심의문화를많이이뤄냈는데,훈민정음창제라든가아악정비가그대표적인것입니다.”
‘회례연’에서세종이“우리조선은하늘과땅의뜻을받들어이땅에새로운역사를시작했다.이제남은것은사람이다.사람은천지간을떠받들고이어주는기둥인데,이나라조선의기둥은바로백성이아니겠느냐”라고말하고있는것은바로이런‘천-인-지’군왕개념과맥을이어주려는연출자김교수의의도가담긴표현일것이다.김교수는또다른관점에서세종의‘회례연’을통한‘애민사상’을강조한다.
“조선의곡식으로피리의길이를정하고,조선의재료로악기를만드는등조선에어울리는악기를만들고,우리에게어울리는절차에맞게음악을작곡해서연주하는것은,가장중요한국가의식을백성의인식에맞추고있는만큼이보다더한애민사상이있을수없겠지요.말하자면예와악을백성의정신과생각에맞춘이부분을오늘날우리가크게돌아봐야할것으로봅니다.”
‘회례연’공연중이런장면이나온다.한참을서거나쪼그려앉아있어야하는악공과춤을추는무동들에게세종은잠시앉았다가일어서기를몇차례반복하기를명한다.그로써아프고지친다리를달래라는것이다.같은맥락에서‘세종조회례연’이오늘의척박한우리현실과위정자에게던져주는메시지도있을것이다.김교수는이에딱두마디로답한다.“백성을잘보살펴야지요.우리정치가세종의위민정치를오늘에되새길필요가있습니다.”
‘회례연’경복궁공연이앞으로도계속이어질까도중요한관심사다.김교수는좀묘한표정이다.주관하는국립국악원과는별도로국악원의상급기관인문화관광부나문화재청의의지가중요하다는것.공무원직급상1급도안되는국악원장의처지로어찌해볼수없는사안이많다는것으로답을대신했다.
김교수는서울대를거쳐UC버클리에서연극학을,뉴욕대대학원에서공연학을전공했다.올해1월임기3년의세종회관이사장직에선임됐다.
김영철편집위원darby4284@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