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오류

번역은어렵다.정설이자통설이다.타국의언어를모국어로읽을수있게하는이작업은,단순히단어나말만바꾸는게아니다.단어와구절에담긴개념을응축해표현해내야한다.그리고그것을바탕으로다시쓰는글이번역이다.그래서번역은제2의창작이란말이나온다.잘된번역은오히려원문을능가하는경우도있다.

기호학자인움베르토에코가『장미의이름』을펴낸게1980년이다.중세수도원에얽힌종교추리소설로전세계40여개국에서번역되는등엄청난반향을일으켰다.당연히우리나라에서도번역됐는데,그게1986년이다.번역가는몇년전타계한,‘번역의달인’으로일컬어지는이윤기선생이다.

워낙명성이자자했던책이라,우리말번역본이나왔을때얼른사봤다.그러나난해했다.이해되지않은부분이많았다.수도원구조를설명하는부분에선도표까지그려가면서파악하려했는데어려웠다.번역에문제가있었던것이다.그것은번역자인이윤기선생의‘고백’으로드러난사실이다.선생은결국몇년후책을다시번역해새로펴낸다.그과정에서라틴어등도익혔던것으로알고있다.번역은이처럼어려운작업이다.

문화,예술이나학술분야에서의번역의오류는번역자의실력,혹은실수문제로국한되는것은아니다.읽는독자뿐만아니라관련분야에도당연히영향을미친다.이런관계로번역이잘못됐으면빨리그것을인정하고수정하는게상책이다.이윤기선생번역의『장미의이름』이아직까지도독자들의구미를돋우고있는이유중에이런잘알려지지않은사실도포함돼있다.
국가간협정문이나합의문의번역에오류가생긴다면,그것은또다른차원의문제다.나라의국익이걸린문제니그자체로도엄청난사안이지만,그여파또한대를이어나라에영향을미칠것이다.그러니국가간문서는자구하나하나에신경을기울여파악해내야하고올바른내용과의미를국민들에게전해야한다.

말도많고탈도많았던자유무역협정(FTA)의번역의오류는이런점에서두고두고지적될우리외교의무능이고흠이다.FTA한글본에서발견된번역오류가한-EU가207건이고,한-미간의오류는무려296건이다.국민은무엇이맞고틀렸는지를알아야하고이를요구할권리가있다.

이와관련해미국과관련된오류에관한‘정오표’가6월말공개된다고한다.외교부가국민요구에맞선재판에졌기때문이다.외교부는번역에오류가있었다면,이를밝힌후철저하게검토,수정하고대처했어야했다.그게만시지탄이나마국가와국민을위한올바른길인데,그걸실기한느낌이다.

‘Timeflieslikeanarrow.”시간은화살처럼빨리지나간다’로번역되는격언이다.그러나이런해석도나온다.’타임이란류의파리는화살을좋아한다.’번역의어려움을패러디한인용인데,이경우는어떻게봐야할까.오류,혹은애교?

판단은독자들의몫이다.

김영철편집위원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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