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초여름날,조카는한송이장미같았다.
아름다운남천동성당에서조카는6월의신부가됐다.
어릴적그똘망하던모습은어디로갔는가.
구태여찾아보려니혼인서약의말속에담겨있었다.
의젓하면서도결의가담긴서약의말은,
그래서더실하고알찼다.
팔송땅에누워계신아버지도외손녀의혼인을알고있을것이다.
빛이있으면어둠도있게마련이다.
조카의결혼식은밝고화창한한낮이었고,
아버지보러가는팔송길은석양무렵이다.
뵌지수년이흘렀지만,가는길은익숙할거라믿었다.
그러나그렇지않았다.
잰걸음으로앞서가는나를동생이뒤에서보고웃고있었다.
허,그길이아이라캐도…
묘원은예전이나지금이나같은자리인데도그게아니다.
배수로같은고랑도생겨났고,공터로있던자리에도묘지가들어찼다.
아버지묘는가라앉아있었다.허허로운바람이마음속에휙스쳐지나간다.
주변의새무덤때문에그렇게보이는것이지요.
동생의말이조심스럽다.동생잘못이아니지않은가.
아이다,아이다.나는나의불효를탓하고있었다.
이서방이준비해온소주한병과새우깡으로헌주를한다.
돌아가며술을올리니술병이금새비어간다.
날은이미어두어졌고,묘원은적막강산이다.
몇잔남지않은술로음복을한다.
동생이마누라에게한잔을권한다.안마실줄알고하는것이다.
그러나마누라는한잔을쭉들이켰다.마누라도나만큼이나답답했던것일까.
시아버지가라않아있는무덤도그렇고,두째아들시아버지앞에서있는것도그렇고.
떨어지지않는걸음.마음속으로기약은한다.그러나이미저질러진불효다.
그불효스런마음으로한기약이무슨소용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