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남의물건을훔치는도적질을자랑으로여기는사람은없다.

처음이어렵겠지만,그짓을반복하다보면자기합리화가생기고되고그러면서점점도적질이나쁜짓이라는본래의의미에둔감해져간다.도적질은급박함이그단초다.’레미제라블’의장발장이빵한조각을훔친것은추운한겨울,굶주리고있는일곱명의조카들을먹여살리기위한것이었다.그에대한대가는혹독했다.5년의징역형에다수감중탈옥혐의로14년간옥살이를한다.

소설속장발장의시대로부터많은세월이흘렀지만,예나지금이나도적질을하는도적들의심리가크게변하지는않았을것이다.굶주려배고프면못할짓이어디있겠는가.대신여러측면에서시대가많이변했으니도적질의형태는규모나수법면에서많이달라졌다.

그저께도적질행각을일삼다가잡힌한10대절도범도불행한가정환경과가난이그단초다.못배우고가난한부모가4살때이혼하면서사회에홀로내동댕이쳐져고생길이열렸다.초등학교때부터가출을일삼다가도적질을하게됐고그결과열아홉나이에벌써7번의전과가붙었다.한편으로보면빈부격차와불평등등우리사회가안고있는불합리한환경의희생양일수도있다는측은한생각이든다.

그러나이청년절도범은좀특이했다.범행전에반드시하는’의식’이있다는것이우선그렇다.’생각은짧게,실천은빨리’라는자기암시를계속하며"무사히마칠수있도록도와달라"는기도를한다는것이다.도적질을하기전의심리에비춰보면누구든당연히할수있는짓일수있지만,등에새긴문신의글을보면그의미가좀다르게와닿는다.

‘카르페디엠(Carpediem).’그청년절도범이자신의등에새긴문신글이다.’현재를즐기라’는뜻의라틴어로,부연하자면’지금살고있는현재이순간에충실하라’는의미의경구다.글의연원은로마공화정말기의시인플라쿠스(Flaccus)의詩에나오는한구절이고,영화’죽은시인의사회’에서키팅선생이학생들에게강조해들려주면서하나의격언처럼돼버린말이다.

도적질과’카르페디엠.’이둘사이에무슨상관관계가있을까.의미상으로는서로격이안맞는관계의말이다.한쪽은나쁜행위이고한쪽은삶을보다조밀하고긍정적으로살아가라는내용의말이다.그러나이청년절도범의심리및범행행태와관련해굳이갖다붙여보자면’지금하려는,혹은하고있는도적질을즐겨라’로해석할수는있겠다.이게무슨말인가.도적질을즐기면서하라는것아닌가.어차피하는궂고,나쁘고,못된일이지만,즐기면서하자는자기암시를북돋우려는말로달리갖다붙일수밖에없다.즐기면서하는일에도적질도포함된다는것인가.

이청년절도범의사연은장발장마냥구구절절하다.그러나그게면죄부가될수없다.사연이어떻든죄를지었으면그대가를치러야한다.그리고개과천선해사회와세상을복수의대상으로삼지말고,진정한카르페디엠을구가하며살아갔으면하는바람이다.그러나한편으로좀독특한신세대범죄의한유형을보는것같아측은함이들면서도씁쓸한마음또한금할수없다.

(카르페디엠이새겨져있는로마시대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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